#에너지전환 시대를 맞아 국내 원자력 산업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 원전산업은 그동안 대형 상용 원전 건설 및 운영 중심 구조였다. 이로 인해 원전 해체를 비롯한 후행주기 산업 기반과 다른 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한 원자력 기술 활용 등은 아직 미흡하다.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이 사실상 중단되고, 해외 수출에 의존하는 원전산업은 원전 해체와 방폐물 관리 등 후행주기 산업과 우주·극지·해양·환경 등 융합기술, 방사선의료·바이오, 핵융합 등 다양한 분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서울 코엑스 D1홀에서 열리는 '2019 세계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NURE2019)'는 새롭게 변화한 원자력산업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자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후원으로 한국수력원자력·한전KPS·한국전력기술·한전원자력연료·두산중공업·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 20개 기관이 조직위원회를 구성해 행사를 주최한다. 올해는 9회째로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새로운 시간!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미래 파트너'를 주제로 원자력 산업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올해 행사는 전시회, 콘퍼런스, 부대행사 등 다양하게 꾸며졌다.
전시 행사에선 한국수력원자력이 우리 기술로 만든 신형경수로 'APR1400' 구조와 발전원리, 주요 설비 기능을 보여주는 원전관련 전시가 펼쳐진다.
APR1400은 우리 기술로 만든 1400㎿급 가압경수로다. 한국표준형원전(OPR1000) 설계·건설·운영과 정비를 통해 쌓인 40년간 운영 경험과 기술이 녹아있다. 1992년부터 2001년까지 10년에 걸쳐 2346억원을 투입해 개발됐다. 2009년 12월 UAE에 수출한 원전 4기와 동일한 모델이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지진 등 대형 자연재해에 견딜 수 있도록 전기 없이 작동하는 수소제거 설비 등 안전성이 강화됐다. 용량은 기존 'OPR1000'보다 40% 크다. 설계 수명은 40년에서 60년으로 늘어나고, 노심 손상 빈도는 1만년당 1회 미만에서 10만년당 1회 미만으로 감소했다.
APR1400은 다음 달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인증을 앞뒀다. 설계인증은 법제화 후 15년간 유효하다. 미국 NRC 최종 설계인증이 이뤄지면 사우디아라비아·체코·카자흐스탄 등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인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전원자력연료는 한국형 원전에 사용하는 연료 모형을 선보인다. 한국표준형 원전 'OPR1000'과 한국형 원전 'APR1400'에서 사용 중인 PLUS7 연료다. 연료 한 다발이 생산하는 전력량은 1억6000만㎾h로, 5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원전 해체산업과 안전 관련 전시도 이뤄진다.
정부는 지난 4월 아직 원전해체가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외 해체시장 확대에 대비해 생태계 창출과 산업역량 확충이 필요하다고 보고 △초기시장 창출 및 인프라 구축 △원전해체 전문 강소기업 육성 △단계적 글로벌시장 진출 지원 제도기반 구축 등 4대 중점전략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된 전시가 예정됐다.
한국전력기술은 원자력 연구로 해체 사업과 우라늄 변환시설 해체사업 등 실질적인 해체사업 수행경험을 갖춘 원전해체 분야 국내 최고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이다. 중소형 원전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국내 최초로 내장형 원자로 제어봉 구동장치를 개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열수력 종합효과실험장치(모델명 ATLAS)와 원자력로봇 등을 선보인다. 아틀라스(ATLAS)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와 고장을 실제 압력과 온도 조건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실험장치다. 원전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또 원자력비상사고 모니터링 로봇과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로봇 등을 전시한다.
원전 해체산업 이해를 돕는 전시도 마련됐다. 원전해체산업기술연구조합은 우리가 갖춘 원전 해체기술은 물론 향후 우리가 가야 할 해체산업의 미래 기술과 산업 규모 등을 제시한다.
이 밖에 한국원자력의학원이 일반인이 관람할 수 있는 나노모형 체험과 현미경 관찰 체험으로 원자력 의학 분야를 소개하고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은 원자력전용 품목과 수출입 통제 제도를 홍보한다.
원전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는 콘퍼런스와 다양한 부대행사도 열린다.
12일과 13일 전시회 현장에선 세계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 콘퍼런스가 예정됐다.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원자력 산업계 현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12일 2층 콘퍼런스룸에서는 방사선의학포럼이 열린다. 포럼에선 방사선의 생명 연구개발(R&D) 생태계를 조성하는 과학기술특성화병원이란 주제로 방사선 의학 R&D를 수행하는 기관 소개와 함께 실증 테스트에 관한 논의를 진행한다.
대학생 프레젠테이션경진대회(PT)와 녹색원자력 학생연대 콘텐츠 특별관 등 다양한 부대행사로 관람객 발길을 끈다.
14일 열리는 전시회가 열리는 D홀 콘퍼런스 룸에서는 대학생 원자력·방사선 프레젠테이션 경진대회가 열린다. 세계 원자력 및 방사선 엑스포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행사다.
경진대회에선 원자력분야 4개팀, 방사선분야 4개팀 등 총 8개팀이 실력을 겨룬다.
대상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과 함께 장학금 각 50만원을 받는다.
사흘 동안 친절한 안내와 동행하는 도슨트 프로그램도 열린다. 원자력 에너지와 관련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를 전달하고 올바른 이해와 증진을 돕기 위한 해설 프로그램이다. 대상은 중고등학교 단체 참관객과 대학생, 일반인 참관객이다.
이경민 산업정책(세종)전문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