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확인하다 보면 엄청난 양의 논란과 갈등이 쏟아진다. 정부, 국회, 산업계 모두 이해당사자 간 갈등이 커지면서 그들의 성장 시계도 멈추는 경우가 많다. 이러는 사이 우리나라를 움직이는 엔진도 점차 멈추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갈등의 중심에는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 잡기 마련이다. 신뢰를 잃은 사회와 산업은 갈등 만연으로 혼란하고, 성장판은 닫힌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성장세가 가장 빠르게 진행된 것이 바이오 산업이다. 최근 3년 동안은 2000년대 '바이오 붐'을 이미 넘어서서 국가 신성장 산업으로 바이오가 자리매김했다. 벤처 투자금 유치, 기술 수출, 바이오벤처 창업 등은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장밋빛 전망만 나올 것 같은 바이오 산업에 빨간불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차바이오텍 연구개발(R&D) 비용 회계부정 이슈를 시작으로 네이처셀 대표이사 주가 조작 혐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투자자는 물론 환자, 새 먹거리를 기대한 국민까지 신뢰에 금이 가는 사건이다.
정점을 찍은 것이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다. 인보사는 정부 R&D 비용이 약 100억원 투입, 국민 세금으로 개발됐다.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면서 코오롱티슈진은 상장에 성공하기도 했다. 3월 말 주성분의 하나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나온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293유래세포)였음이 밝혀지면서 국민의 공분을 샀다.
국민의 실망이 이전 논란과 다른 양상을 보인 것은 대상과 태도 때문이다. 그동안 바이오산업계 논란은 논문 조작, 주가 조작, 분식회계 등 겉으로 보면 금전과 관련이 컸다. 그러나 이번 인보사 사태는 자료 조작, 허위 기재를 포함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환자에게 직접 투여하는 의약품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정부는 안전성 우려가 적다고 발표했지만 허가 받은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것도 모자라 허가 자료 조작이 수년 동안 감춰져 왔다는 데 충격이 더 크다.
바이오 산업은 가능성을 먹고 자란다.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수이다. 여기에는 '신뢰'가 굳건하게 뿌리를 내려야 한다. 인보사 사태는 바이오 기업에 대한 신뢰는 물론 안전성을 최종 확인해야 할 허가 당국에 대한 신뢰 역시 무너졌음을 보여 준다. '제2 황우석 사태'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도 많다. 불신은 당연하다. 잃어버린 10년이 재현되지 않기 위해서는 산업계, 정부가 얼마나 빨리 국민의 신뢰를 얻느냐에 달렸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