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볼이라는 가상의 휴대용 캡슐로 몬스터를 포획하고 데리고 다니며 키울 수 있다는 설정의포켓몬스터 게임을 모르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일본의 비디오게임 회사인 닌텐도에서 1992년 2월 첫 발매된 포켓몬스터 게임은 무려 23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게임으로 시작되었지만 만화, TV판 애니메이션, 극장판 애니메이션, 트레이딩 카드 게임 등으로 제작되었고 최근에는 ‘포켓몬 고’라는 스마트폰에서 실행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 게임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대중화되었다.
그러한 포켓몬스터가 실사 영화로 제작되어 스크린을 통해 관객과 만나게 되었다. 바로 2016년 포켓몬스터의 시리즈의 외전인 게임 ‘명탐정 피카츄’의 설정과 배경을 모티브로 한 동명의 영화가 그것이다.
‘팀 굿맨’이라는 소년이 사라진 아빠 ‘해리 굿맨’을 찾아 피카츄와 함께 여행하며 겪게 되는 모험을 줄기로 사람과 포켓몬이 공존하는 게임 속 배경인 ‘라임 시티’를 그대로 구현해 사실감을 더했다. 피카츄의 목소리가 중년의 남성의 것이라는 점도 게임의 설정을 차용한 것으로 마블의 히어로 무비 중 하나인 <데드풀>의 주인공 ‘라이언 레이놀즈’가 피카츄의 목소리 연기자로 캐스팅되어 화제가 되었다.
2018년 국내 개봉했던 영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에서 겁 많은 공룡 보호 협회 직원으로 감초 역할을 했던 ‘저스티스 스미스’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게 된 영화라는 점도 괄목할 만한 점이다. 너드 캐릭터로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뿜으며 작품의 신 스틸러로 자리매김을 하던 그가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되는 피카츄와 공동 주인공으로서 어떠한 케미를 보여줄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다.
해리포터 시리즈와 다수의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낯설지 않은 ‘빌 나이’가 피카츄와 사람이 공존하는 도시 ‘라임 시티’의 창시자로 등장하는 점과 일본의 대표 배우로서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나 <배트맨 비긴즈>, <인셉션>,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등등 할리우드 영화에서 인상 깊은 연기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배우 ‘와타나베 켄’도 ‘팀 굿맨’의 아버지 ‘해리 굿맨’의 동료로 나온다는 사실 또한 이 영화 <명탐정 피카츄>를 가벼이 볼 수 없는 이유이다.
극 중 피카츄의 목소리를 ‘라이언 레이놀즈’가 맡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가장 우려했던 것은 그의 목소리가 피카츄와 잘 어울릴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관객들이 기존에 피카츄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있을 것이고 대체로는 ‘피카피카!’로 대표되는 러블리한 하이톤의 목소리에 익숙해져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고 다행스럽게도 극 중 피카츄의 성격이나 표정에 딱 맞는 옷을 맞춤한 듯 거슬리는 부분 하나 없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어쩌면 ‘라이언 레이놀즈’의 얼굴근육까지 모션 캡처화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얼굴 표정이 피카츄의 표정으로 덫 씌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질감이나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는 점만으로도 크게 만족스러웠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게임 속에서 픽셀이나 도트 형태로 볼 수 있었던 포켓몬스터들의 실제 하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흑백이나 단색의 게임기 화면을 통해서 보이는 캐릭터들의 앙증맞고 깜찍한 모습에 열광했던 게임 유저들에게는 엄청난 선물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믿어 의심할 필요조차 없다.
포켓몬스터의 대표 캐릭터인 피카츄뿐만 아니라, 에이팜, 파이리, 리자몽, 마임맨, 네루미, 푸린, 이브이 등등 상당한 수의 포켓몬들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각각의 특징을 살려 복슬복슬한 털이나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 등을 세심하게 표현한 점은 마치 살아움직이는 포켓몬을 손으로 잡아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
포켓몬스터 게임 마니아 라면 장면 장면마다 등장하는 포켓몬들의 이름을 떠올리며 실사화된 포켓몬들의 모습을 감상하는 재미가 배가 될 것이 분명하다. 포켓몬스터를 잘 알지 못하는 관람객이더라도 포켓몬스터들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스크린 속 세계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개봉 중인 영화들 중 전 연령대의 관객들을 만족시킬만한 작품은 <명탐정 피카츄>가 유일무이하지 싶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아왔던 게임 시리즈의 첫 실사화 작품인 만큼 아이들을 물론 어른들까지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관람할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스크린을 통해 관람해 볼 것을 추천한다. 너무나 귀엽고 깜찍한 가상의 포켓몬들이 현실화되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전자신문 컬처B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