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45년 전 손목시계용 반도체 칩인 시스템반도체 개발 생산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대규모 투자와 함께 국가 주력 사업으로 집중 육성한 것은 메모리반도체다. 지금 메모리반도체는 세계 1등이 됐고, 시스템반도체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3%를 겨우 넘기고 있다. 이 원인으로 많은 전문가가 투자 부족, 인재 확보 미흡, 글로벌 경쟁 치열, 중국의 부상, 신제품 리더십 부족 등을 거론한다. 그러나 우리는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고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희망을 지속해서 키워 오고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달 삼성전자의 대규모 시스템반도체 투자 발표와 정부의 시스템반도체 발전 전략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의 세계 1등 달성 목표와 함께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고, 1만5000명의 인재를 고용하며, 팹리스(반도체설계 전문 기업)와 기술을 공유해서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팹리스 입장에서 매우 고무되는 일이다.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하는 팹리스에 설계와 제조 분야 지원 및 협력은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삼성전자가 자체 시스템반도체 제품 사업과 경쟁 관계에 있을지도 모르는 국내 중소 팹리스와 협력해 생태계를 강화해서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육성하자고 한 것은 파운드리 사업 전문화 입장에서 필요한 일이며, 매우 성숙된 산업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반도체 산업도 이제 글로벌 리더로서 의식과 자질을 충분히 갖췄다는 것에 희망을 품어 본다. 앞으로 삼성전자 발표가 잘 이행될 수 있도록 많은 사람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시스템반도체 발전 전략은 국내 시스템반도체의 취약점과 성장에 필요한 곳에 방법을 적절하게 제시한, 매우 정교하고 실효성 있는 전략이다.
이번 시스템반도체 산업 정책은 연구개발(R&D)뿐만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동시에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앞으로 제대로 수행되면 과거 어느 정책보다도 실효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규모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 개발은 우리 기업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R&D 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이다. 팹리스와 파운드리가 협력해서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는 전략은 상호 시너지를 촉진시키고 산업 경쟁력을 증진시킬 것이다.
또 팹리스 시장 진출을 위해 수요 기업과 협력 플랫폼을 구축한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이것을 이행하기 위한 융합 얼라이언스 운영은 매우 중요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자동차, 바이오, 가전, 로봇 등 수요 기업의 이해와 적극 참여가 매우 중요한 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위한 전문 펀드 조성은 팹리스 성장을 촉진하는 동력원으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반도체학과, 전공 트랙 등 인재 양성을 위한 각종 사업은 산업 인재난 해소에 도움이 된다. 시스템반도체 인재는 절대 부족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성되는 인재의 절대 수를 늘리는 방법이 있다. 정부의 적극 지원이 수반되면 이번 전략으로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시스템반도체 산업에서 창업은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갖추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번 전략에는 팹리스 창업을 위한 창업 공간, 설계 툴, 시제품 제작비 등 많은 정책이 제시됐기 때문에 생태계가 선순환 구조로 활력을 찾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시스템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이제 이들 정책이 잘 이행되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이가 희망 어린 마음으로 관심을 기울여서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
허염 실리콘마이터스 대표 Youm.huh@siliconmit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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