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리스크' 흔들리는 車 산업계…“하투 사실상 이미 시작”

르노삼성자동차가 3일간 공장을 '셧다운' 한데 이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노동조합까지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통상임금 지급, 해외 생산 물량 국내 이전 등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지엠 신설법인 노조는 최근 쟁의권을 획득하고 단협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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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이 멈춰있는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모습 (제공=르노삼성자동차)

1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는 지난달 29일부터 노동절인 이 날까지 3일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회사 측은 법정 휴가외 노동자가에게 '프리미엄 휴가'를 주는 방식으로 부상공장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끌어온 '2018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로 공장가동률이 저하돼 사실상 '셧다운'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달 25일 임단협 협상을 재개했으나 외주화와 전환배치 등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르노삼성 노사는 작년 6월부터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른 반발로 노조는 작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약 7개월간 부분파업을 벌여왔다. 누적시간으로 따지면 약 250시간으로 손실 추산액은 28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장기화된 노사갈등은 르노삼성차 생산차질, 판매하락, 수주 물량 축소, 부품협력사 부진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르노삼성차 1분기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40%로 줄었다. 르노삼성차는 근로시간 조절을 위해 부산공장 근무 형태를 현행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이날 실무협의를 통해 후속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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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부평공장 (전자신문 DB)

한국지엠 연구·개발(R&D) 신설법인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와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지난달 30일에 이어 2일 12차 단체교섭을 진행한다. 노사는 단체교섭에서 신설법인 단체협약(단협) 개정을 두고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앞서 10차례 관련 내용으로 협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사측이 총 133개 단협 조항 중 73개 조항에 대한 삭제 또는 수정을 요구하자 회사가 기존 단협 내용(법인분리 전)을 크게 바꾸려 한다며 반발했다. 특히 △차등 성과급 도입 △징계 범위 확대 △정리해고 일방통보 △노조 활동에 대한 사전 계획서 제출 등을 문제 삼았다. 또 신설법인 조합원의 근로조건은 아무 변화 없이 승계된다던 회사의 과거 설명과도 배치된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지난달 노조는 신설법인 조합원들로부터 찬성률 82.6%로 쟁의권을 획득했다. 이후 쟁의대책위원회 투쟁지침을 통해 출근시간과 점심시간에 선전전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렸다. 당장 파업하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쟁의권을 발동할 수 있다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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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전자신문 DB)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발간한 소식지를 통해 올해 임단협에서 회사로부터 기아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통상임금 미지급금을 반드시 받아 내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8년간 이어진 법적분쟁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통상임금 미지급금 지급 판결을 받아낸 기아차 노조와 달리 현대차 노조는 이미 사측에 패소한 상황이다. 하지만 동일한 수준의 미지급금을 사측으로부터 보상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대형 SUV '텔루라이'드와 소형 SUV인 'SP2'의 현지 생산을 중단하고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도록 해달라는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 완성차 업체 5곳 중 쌍용차를 제외한 모든 업체 노조들이 파업을 예고하면서, 매년 6월 이후 나타나던 '하투'가 사실상 두 달 가량 빨라졌다”면서 “올해 국내 자동차 산업은 사상 최악의 상황을 걱정하고 있지만, 노조들은 각자 이익만 생각하고 있어 위기를 부추기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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