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JB금융과 포촘킨 파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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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교체로 사업이 한 번 멈추면 금세 뒤처지기 십상입니다. 지도자야 당장 수익이 나면 된다지만 오래 다녀야 하는 사람들만 피해를 보게 됩니다.”

최근 만난 금융권 관계자는 미래전략부 해체 등 JB금융지주의 최근 조직 개편을 안타까워했다. 이 관계자는 JB금융지주를 NH금융지주 등에 버금가는 '오픈뱅킹 플랫폼 선두주자'로 평가했다.

JB금융지주는 은행권 전체에서도 오픈뱅킹 플랫폼(오뱅크)을 주도해 왔다. 국내는 물론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PPCB) 플랫폼까지 구축했다.

종합기획부 산하 미래전략팀에서 출발한 미래전략부의 역할이 컸다. 통상 금융지주에서 종합기획부는 회사 '중추'로 일컬어진다. 그만큼 핵심 사업을 담당한다. JB금융은 해당 사업이 해외 진출 등 성과를 내자 해당 팀을 부로 승격했다.

3월에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머니2020에서 '오뱅크'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였다. 머니2020 대표 등 세계 금융권·정보기술(IT) 관계자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한 달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신임 회장이 선임되자 미래전략부 소속 직원 모두 다른 부서로 발령 났다. 계약직이던 IT 개발자들은 새 직장을 알아봐야 했다. 인도네시아 상업은행 CIMB와의 협업을 위해 설립키로 한 현지법인 계획도 잠정 중단됐다.

이전 경영진의 성과를 축소하려는 의도가 담겼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오픈뱅킹 플랫폼 사업이 추진 동력을 잃은 건 확실해 보인다. 외부에서는 JB금융의 디지털 전략이 껍데기만 남았다고 평가한다.

'포촘킨 파사드'가 머리에 떠오른다. 18세기 후반의 전쟁으로 망가진 크림반도에 예카테리나 2세가 순방에 나서자 그레고리 포촘킨 총독이 수를 썼다. 마차가 지나가는 길에 벽을 세우고 그 위에 아름다운 마을을 그려 넣었다. 예카테리나 2세는 그림 속의 환호하는 농민들에게 인사까지 건네며 지나간다.

여전히 JB금융지주는 '디지털 효율화'를 전면(파사드)에 내세우지만 속내는 달라졌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권이 디지털을 생존 화두로 내건 상황이다. JB금융의 디지털 전략이 포촘킨 파사드가 아니길 바란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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