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구조 변화로 말미암아 곳곳에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카카오택시와 전통택시 업계 간 갈등이 대표 사례다. 정부 중재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은 찾기가 쉽지 않다.
세계 경제는 '플랫폼 혁명'이라는 흐름 속에 선두 주자 우위의 독점 구조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선진국 진입을 위한 문턱은 어떻게 넘을 것인가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요소는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패스트 팔로어(추격자)에서 퍼스트 무버(글로벌 선도자)로의 전환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4차 산업혁명 기술 선점이라는 화두도 같은 맥락에서 던져졌다. 정부 정책도 여기에 초점을 맞췄고, 너도 나도 이를 향해 '올인'하고 있다. 그러나 가시(可視)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조급성 때문이기도 하고 사회 혁신을 지나치게 정치 관점에서 해석하는 탓이기도 하다. 산업과 경제를 변혁하기 위해서는 사회 환경이나 의식 구조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동력으로서 과학과 기술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 '플랫폼 경제'다. 플랫폼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이버물리시스템, 융합기술 등 4차 산업혁명을 일으키는 핵심 요소들의 총합이 만드는 결과물이다. 제프리 파커 미국 다트머스대학 교수의 저서 '플랫폼 레볼루션'에 따르면 세계 10대 글로벌 기업 가운데 애플, 구글을 포함해 6개가 플랫폼 기업이다. 설립된 지 10년밖에 되지 않은 자동차서비스 플랫폼 기업인 우버의 시장 가치는 600억달러(2016년)로, 역사가 100년이 넘은 BMW의 시장 가치(530억달러)를 앞질렀다. 에어비앤비의 시장 가치는 세계 유수의 호텔 기업 매리엇보다 크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다. 가히 혁명이라 할 수 있다.
경제의 사회성과 공공성을 위해 자본 흐름을 인위로 규제하거나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을 조절하는 접근 방식은 근본 해결책이 아니다. 자칫하면 변화의 흐름에 적응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할 우려가 있다. 정부는 '플랫폼 경제'의 영향력과 파괴력을 인식하고 이에 맞는 방향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초기 단계에서 요구되는 '플랫폼 공공성'에 주목해야 한다. 경제, 사회를 받쳐 줄 수 있는 인프라로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한 곳에서 만나 가치를 창출하고 거래가 급속히 발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다수가 참여해서 가치를 극대화하는 네트워크 효과를 나타내는 플랫폼 특성상 공공의 이익과 사회 가치에 부합하기 위한 관리 기능은 정부가 담당해야 할 영역이다.
플랫폼 생태계로 얻는 사회 이익도 크다. 플랫폼을 통해 자원과 기술 등 생산에 필요한 요소를 효율 높게 사용함으로써 생산 민주화와 자원 낭비를 줄인다.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 유통으로 재고를 최소화하고 거래비용을 줄이는 유통 민주화를 달성할 수 있다. 수요와 공급 간 또는 이해당사자 간 검색과 추천 기능을 통해 거래나 탐색 비용을 절감한다. 중소기업 또는 국민 정보 활용 기회를 높여서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한다. 생산과 유통의 사회 비용을 절감하고 자원 활용도를 제고하는 등 우리 사회와 경제 구조 선진화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다.
우리 경제의 한계를 돌파하고 글로벌 경제의 선두 확보를 위해 정부는 플랫폼 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플랫폼 경제 정책과 생태계 조성에 속히 나서야 한다.
이를 통해 유발되는 부의 흐름 조정, 정보 불평등 해소, 신산업 육성과 이에 필요한 교육 등 체계를 갖춘 선도 정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 미래 산업 구조를 선진화하는 방향타이자 선진 산업 구조를 준비하는 일이다.
지난 12일 정부는 미래 기술·사회 변화에 선제 대응하고 향후 25년을 내다보는 미래 전략 수립을 위해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2045 미래전략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중장기 관점에서 과학기술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담을 전략 로드맵 '미래전략 2045'를 제시한다. '플랫폼 생태계' 구축을 통한 산업과 과학기술의 패러다임 변화를 모색하길 바란다.
소대섭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데이터분석플랫폼센터장 dasus@kis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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