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칼럼]중고차시장, '영세기업-대기업' 상생하는 변화와 혁신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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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와 동반성장위원회에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채택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2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기한 만료 이후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 사업 진출을 막기 위해서다. 생계형 적합 업종은 영세업체 중심의 업종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대기업·중견기업의 시장 진입 금지를 원칙으로 한다. 금지 규정 위반 시 시정명령을 통해 대외에 공표할 수 있고, 명령 불이행 시 매출액 가운데 최대 5%를 '이행강제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해당 제도는 대기업 사업자 대상으로 3년 이내 기간을 정해 품목·수량·시설·용역과 판매 촉진 활동 등 영업 범위를 제한할 것을 권고할 수 있다. 또 공무원에게 관련 사업장에 대한 강제 출입 및 조사권을 부여하고 있다. 기준을 위반해서 생계형 적합 업종 사업을 인수·개시 또는 확장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요약해 보면 종전의 중소기업 적합 업종 대비 매우 강력한 처벌 기준이 있는 제도임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중고차 매매업 안정을 위한 보호의 필요성은 대기업 등 시장 지배에 의해 일반 중고차 매매 업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 구체화되고 확인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대기업군 매매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내 시장 점유율은 전체 중고차 거래 대수 대비 10% 수준에 불과하다. 사업자 거래 대수 기준으로 봐도 20%가 채 되지 않는다. 대기업군 소속 매매 업체나 매매 사원은 전체 3%를 넘지 않은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업 경쟁력 영향과 관련해서는 미국이나 일본 같은 자동차 유통 선진국의 경우 중고차 유통 시장에 대기업, 중견기업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지 않는다. 중고차 소매·경매·수출 각 분야에서 대기업, 중견기업들이 활발하게 경쟁하면서 성장하고 있고, 일본의 경우 증권 시장에 상장된 중고차 유통 관련 기업이 15~20개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산 중고차 소매 분야에서 K카, 오토플러스 등 극히 일부 회사만이 규모 있게 운영하고 있다. 수입차 분야에서만 한성, 코오롱, 효성, 도이치모터스, KCC 등이 인증 중고차 운영을 명분으로 중고차 시장에 많이 진입해 영업하고 있다. 결론부터 내리면 국산차 판매 업체와 외제차 판매 업체 간에 차별 및 이중 관리 기준을 적용한 것과 같다.

한국 자동차 생산 규모나 신차 판매 대수 규모와 대비해 볼 때 중고차 유통 시장의 기본 구조 또는 운영시스템은 원시 및 후진 형태의 매우 뒤떨어진다. 어느 정도 자본과 조직이 필요한 업종을 영세 사업자가 아주 오랫동안 호구지책 차원에서 운영해 오다 보니 나타난 결과다. 대표 사례로 많은 매매 사원들은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는다. 사실상 무직자 신분으로 영업 활동을 하고 있어 변칙·탈법 행위를 할 우려가 큰 상황이다.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은 영세업체-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이 상호 협력과 경쟁 구도를 구축해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고차 유통 시장과 같이 큰 시장을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획일화해서 지정하는 것은 이후 큰 사회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짙다. 당장 해외 자동차 메이커가 연관돼 있는 수입 중고차 유통 시장에 생계형 적합 업종 기준으로 시장 진입과 확장을 억제할 경우 미국 등 외국 정부로부터 강력한 클레임이 들어올 것이 분명하다.

경쟁이 해제될 경우 일부 영세 사업자의 피해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는 이미 경쟁력이 없어 진작 도태돼야 할 사업자가 현재의 무질서에 편승해 억지로 연명하는 기형 현상에서 기인하는 과도기 상황일 수 있다. 기업형 업체가 이 시장에 진입해서 정규 고용 형태로 매매 사원을 채용하거나 사업자등록을 하는 조건으로 중고차 매매 사원들과의 제휴를 추진할 경우 더 큰 고용과 일자리 창출이 될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하며, 장기로 볼 때 이런 시장 구조가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 후생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에 정부나 관련 기업에 고언 한다.

하성용 신한대 기계자동차융합공학과 교수 hsy13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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