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난청인구 확대, 보청기도 안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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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일 지반토스 코리아 대표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젊은이 가운데 약 절반에 해당하는 11억명이 난청 위험에 직면해 있다. 난청은 노인성 질환으로 인식되지만 난청 증상을 보이는 연령대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노화로 인한 노인성 난청뿐만 아니라 소음성 난청 증상도 확대되고 있는 탓이다.

난청 인구는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의 난청 인구 대비 보청기 보급률은 10% 미만으로 낮은 수준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25% 이상 보청기 착용률을 보이는 것과 대조된다. 시력이 떨어지면 안경을 착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청력이 떨어졌을 때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청력은 한 번 나빠지기 시작하면 원상태로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보청기를 착용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일종의 스티그마(Stigma), 즉 사회 낙인 효과로 말미암아 보청기 착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서는 귓속형 보청기 보급률이 그렇게 높지 않지만 반면에 국내에서는 약 60% 이상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보청기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 잘 보여 주는 단편 사례다. 결국 난청인의 보청기 착용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

보청기 기술은 날로 진화한다. 그러나 여전히 착용을 꺼리는 탓에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인식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진다. 대표로 들 수 있는 것이 기존 보청기와는 달라진 외관 디자인을 선보인 것이다. 아예 색다른 디자인으로 설계해서 보청기를 마주했을 때 오는 인식 자체를 바꾸기 위함이다. 특히 최근 다양한 형태의 블루투스 이어폰이 등장, 얼핏 봤을 때 보청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디자인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실제로 일자 핀 형태를 자랑하는 지멘스 시그니아 보청기의 '스타일레토 커넥트' 제품은 최근 국제 디자인 어워드에서 연이어 수상했다. 심사위원은 세련된 외관 디자인이 착용자로 하여금 보청기에 대해 호의를 보이게 한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충전 시스템으로 편의성도 대폭 강화한다. 충전식 보청기는 보청기와 배터리가 일체형으로 결합돼 휴대폰처럼 충전해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배터리를 주기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처럼 간편하게 충전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블루투스 기능,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기기 연동, 애플리케이션 사용 등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나면서 정보 처리 양이 늘어나고, 배터리 소모가 빨라지고 있는 점을 반영했다.

충전식 보청기 형태는 크게 '갈바닉 방식'과 '인덕티브 무선 충전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갈바닉은 단자에 꽂아서 충전하는 방식이다. 이 가운데 보청기 업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형태는 휴대형 충전기다. 단자를 통해 전류가 흐르는 헬스, 뷰티 기기 등 제품의 작동 원리와 같다. 인덕티브 충전 시스템은 스마트폰 무선 패드 충전기와 같이 충전 단자와의 연결 없이 충전기에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충전이 된다. 세계 최초로 인덕티브 충전 시스템을 적용한 지멘스 시그니아 '셀리온 프라이맥스 보청기'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7 CES에서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넓은 의미로 보면 보청기가 특수한 의료기기가 아니라 일상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난청인 생활필수품으로의 인식 전환에도 힘쓰고 있다.

시청각 장애를 앓은 사회사업가이자 인권운동가인 헬렌 켈러는 “눈이 안 보이면 사물에서 멀어지고 귀가 안 들리면 사람에게서 멀어진다”고 했다. 난청을 방치할 경우 일상의 불편함을 넘어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고 심리가 위축돼 심할 경우 우울증 등 정신병까지 유발할 수 있다. 보청기 인식 개선을 위한 업계의 노력이 빛을 발해서 하루 빨리 더욱 많은 난청인에게 삶의 질이 개선되기를 바란다.

신동일 지반토스코리아 대표 david.shin@sivant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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