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4차 산업혁명 즐거움 배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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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막한 황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냐.(중략)”

해설사는 이오시프 이바노비치의 왈츠 '다뉴브강의 잔물결'을 가창곡으로 편곡한 1920년대 히트곡 '사의 찬미'를 신바람 나듯 부르며 “왜 목포에 여행 오신 여러분께 이 노래를 불렀을까요?”라고 물었다. 목포 근대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즉 노래는 우리나라 최초 소프라노 윤심덕이 편곡하고 부른 대중가요 효시로, 한국어 음반 처음으로 일본에서 발매됐다.

그러나 이 곡은 죽음을 찬미하는 가사처럼 귀국길 현해탄에서 사랑하는 김우진과 함께 실종되면서 더욱 유명해진다. 당시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던 최고 소프라노와 전남 목포 백만장자 장남으로서 일본 와세다대 영문과를 졸업한 전도유망한 극작가의 '정사'라는 추측성 기사까지 난무했다. 이쯤 되면 그 해설사가 하고 싶어 한 내용이 짐작될 것이다. 즉 목포는 일제강점기 때만 하더라도 일본 유학을 보낼 정도로 재력가가 많았고, 유명한 극작가를 배출한 예술 도시였다는 것이었으리라.

부소산성 트래킹 때는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토종 기업인 홍삼 제조사 한 직장만을 평생 다녔고 은퇴한 뒤에도 내 고장 알리미로 자원한 해설사의 서동요 및 낙화암 얘기, 부산 출신이지만 전남 신안군 증도에 우연히 여행 왔다가 슬로시티에 반해 정착했다는 해설사의 '짱뚱어'는 잠이 많아 이름 붙여진 잠둥어에서 유래했다는 것, 가깝지만 섬으로 분리된 두 사람이 만나기 위해 그 많은 세월을 돌로 바다를 쌓았다는 '퍼플교', 백길해수욕장에 있는 평범한 전망대를 '프로포즈 전망대' 등 스토리텔링….

얼마 전 동창회에서 남도여행 갔을 때 추억이다. 부부 동반으로 버스 4대를 대절할 정도로 인원이 많았음에도 회장단 사전 답사와 치밀한 기획으로 전혀 불편함 없이 남도 구석구석을 답사할 수 있었다. 나아가 여행의 즐거움은 해설사 내공과 재치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는 상식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어떤 해설사는 그 지역 역사나 배경을 간결하면서도 기억에 남도록 재미있게 설명하는 데 반해 어떤 해설사는 너무 식상한 상식 수준의 얘기나 지루한 해설로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는 점이다.

해설사는 먼저 소속 지역의 내 고장 지킴이로서 여행객에게 역사나 배경 등 관련된 주요 내용은 알려주되 불완전한 지식으로 여행객에게 혼란을 주면 안 될 것이다. 또 여행객 흥미 유발에는 관심 없이 자기만의 해설에 도취되면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힘들지 모르겠지만 여행객에게는 내고장 지킴이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이다.

해설사의 복불복에 좌우되지 않도록 모처럼 여행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 해답은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에 있다. 즉 해설사의 내공 수준을 균일하게 높이면서 여행객의 흥미를 유발하는 길은 4차 산업혁명에 달려 있는 것이다.

다양하고 많은 해설 내용을 먼저 클라우드에 모으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다양한 해설사의 내공 수준을 일거에 균일하게 제고시킬 수 있다. 나아가 AI를 통해 여행객의 지역 역사나 배경 등 지식수준뿐만 아니라 취향까지 파악해서 맞춤형 해설까지도 가능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은 여행의 즐거움 배가 등 관광 산업도 활성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를 통해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나 국내외의 수많은 관광객 유치를 기대해 본다.

오재인 단국대 경영대학원 원장 jioh@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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