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개발한 나노 소재를 샘플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곳이 국내에 거의 없어 외국 기업과 미팅할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초 일본에서 열린 '나노테크 2019'에서 만난 국내 나노 소재 기업 대표의 말이다. 이 한마디는 일본에 비해 열세인 국내 소재 기술 경쟁력 분석에 시사점이 크다.
나노테크는 12개 유관 전시회와 동시에 열린다. 올해는 사흘 동안 4만3622명이 방문한 세계 최대 나노기술 전시회로 진행됐다. 해외 전시회에 참여하면 그 나라 기업의 기술 수준과 제품 개발 경향을 알 수 있고,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발표 내용으로 그 나라 산업 정책도 파악할 수 있다.
올해 나노테크 전시회에서는 나노 소재와 공정 등 원천 기술을 기업에서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공공 영역 워킹그룹에서는 제품 로드맵 등을 제시하면서 산업계와 제품 및 핵심 기술 개발에 관해 공유하고 있었다.
매년 느끼는 점이지만 올해 행사에서도 일본 전역의 대학, 연구기관, 공공기관에서 클러스터 독자 모델을 제시했다. 동일 산업군에서 지자체 간 경쟁과 협력이 추진되는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열리는 12개 유관 전시회에서는 나노 소재를 활용한 제품 개발 적용 사례를 보여 줬다. 제품 생산 기술을 개발하는 다양한 기업이 전시에 참여, 제품 생산 독자 기술을 홍보했다.
특히 선진인쇄기술전에서는 개발된 나노 소재의 코팅을 위한 정밀 기계와 생산 장비 기술 개발, 초고속 코팅막 분석 기업의 핵심 기술 등을 많이 전시함으로써 나노테크와 12개 전시회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첨단 나노 소재 기술 개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부품으로 만들 수 있는 기계 기술과 생산 기술 등이 함께 발전, 실제 제품 생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일본 소재와 부품 기술 산업 경쟁력은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의 원천에 대한 의문이 다시 들기 시작했다. 안정된 연구 환경이나 실용화 집념일 수도 있고 100년 이상 지속된 원천 소재 연구가 중요한 경쟁력 원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를 통해 새롭게 느낀 부분은 원천 나노 소재를 제품과 부품으로 만들 수 있는 기계와 생산 기술이 연계되지 않고서는 경쟁력 확보가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이다. 실제 올해 전시회에 새롭게 참가한 기업들은 대부분 생산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었다.
최근 국내 제조 기업의 평균 가동률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제조업 경쟁력 하락의 주요인을 중국 등 해외에서 찾는 등 원인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동시에 제조 르네상스 전략의 일환으로 제조 혁신을 통한 제조 분야 활성화 정책을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시점에 국내에서도 개발한 나노 원천 소재를 제품화할 수 있도록 기업의 유휴 장비를 플랫폼화하는 전문 생산 기업 활성화 전략을 추진한다면 국내 나노기술과 소재 산업 경쟁력을 한층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성호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창의엔지니어링센터 소장 memslee@kitech.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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