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위에 신형 '쏘나타' 구매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보통 신차가 나오면 의견을 묻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번엔 그 수가 엄청나다. '쏘나타니까 기본은 하겠지'라는 믿음과 달라진 8세대 모델에 대한 기대감이 느껴진다.
최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남양주까지 왕복 150㎞ 구간을 신형 쏘나타로 시승했다. 전기차 오너라 그런지 자동변속감이 더디게 느껴졌던 것 말고는 '이름 빼고 다 바뀐 쏘나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신형 쏘나타는 파격적인 디자인 변신에, 현대차의 모든 사용자 편의·안전기능과 반자율주행기능, 심지어 '카카오 음성인식 비서' 등 차별화된 기능도 담았다. 현대차가 쏘나타의 택시 모델을 내놓지 않겠다고 한 방침 역시 기존의 이미지에서 탈바꿈하려는 시도다.
제네시스 쿠페 느낌의 세련된 외관과 저속주행에서의 편안함, 고속에서의 짜릿한 속도감까지 맛볼 수 있다. 운전대를 잡고 시내 도로를 빠져나와 고속도로 위에 올라서 주행모드를 '스포츠 모드'에 놓고 달렸다. 스포츠 모드인데도 페달을 깊게 밟아도 속도가 빠르게 오르질 않는다. 아쉬웠다. 에너지 효율에 뛰어난 CVVL 기반의 스마트스트림 G2.0 엔진이라 동력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들었다.
반면에 연비는 생각보다 뛰어나다. 신형 쏘나타 2.0 가솔린 모델의 최고출력(160마력)이 기존 쏘나타(163마력)보다 조금 떨어진다. 최대토크(20.0kg·m)는 동일하다. 하지만 실제 이날 150km 시승에서 연비는 13.9km/ℓ 나왔다. 중형차치고는 높은 연비 수준이다.
신형 쏘나타의 강점으로 첨단 편의·안전사양을 꼽고 싶다. 쏘나타는 이전에 없었던 다양한 첨단 기능을 담고 있다. 다른 장소에 있는 사람에게 스마트폰을 통해 '디지털 키'를 전달할 수 있다. 이는 스마트키가 없어도 전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차량 출입과 시동 켤 수 있는 '현대 디지털 키' 기능이다. 가족·지인 등 최대 3명, 운전자 포함 4명과 차량 공유가 필요하거나 키가 없는 상황에서도 차를 작동할 수 있다.
또한 좁은 공간에서 주차·출차 시 편리한 원격 시동과 전·후진이 가능하다. 운전자가 차 밖에서도 좁은 공간 주차 때나, 혹은 좁은 공간에 주차된 차를 빼낼 때 등 승·하차가 힘든 상황에서 원격으로 차를 구동시킬 수 있다. 가장 기대되는 기능이다. 시승을 마치고 작동해봤다. 도어를 잠근 상태에서 키 하단의 '홀드(HOLD)' 버튼을 길게 누르면 시동이 켜진다. 이후 '전진' 버튼을 누르면 앞으로, '후진'을 누르면 뒤로 천천히 움직인다. 운전 초보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활용도가 높을 듯 하다. 다만 이 기능은 스마트폰 '디지털 키'에서는 지원이 안된다.
'개인화 프로필' 기능도 새로웠다.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 화면에서 이름·이미지·블루투스·디지털 키 등을 입력해 개인 프로필을 생성해 놓으면 이후 탑승할 때 시트포지션과 헤드업 디스플레이, 아웃사이드 미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내비게이션·휴대폰 설정 등), 클러스터, 공조 등이 자동 설정된다. 최대 두 개까지 설정할 수 있다. 신형 쏘나타 출시 전부터 현대차가 자랑해 왔던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도 이용해 봤다. 운전대에 위치한 음성인식 버튼을 누른 뒤 필요한 정보를 물으면 '인공지능 플랫폼'이 답을 찾아준다.
내비게이션 위치 검색이나 날씨 등 주행에 필요한 정보는 물론, 뉴스 브리핑, 영화나 TV 정보, 일반상식, 스포츠경기, 실시간 검색어 순위, 외국어 번역·환율 등을 자연어로 듣기 쉽게 답을 해준다.
블랙박스 역할을 하는 '빌트인 캠'도 신형 쏘나타에서 만날 수 있는 편리한 기능 중 하나다. 차량 내장에 장착된 전·후방 카메라 영상을 녹화하는 주행영상기록장치로, 룸미러 뒤쪽에 빌트인 형태로 장착돼 운전자 시야를 가리지 않고 차량 내 AVN 화면과 스마트폰과 연동된다.
이번에 출시된 모델이 2.0 가솔린과 LPG 모델뿐이라 2.0 가솔린이 시승차로 준비됐지만, 올 하반기 출시될 1.6 터보 모델이라면 스포티한 디자인과 탄탄한 하체에 어울리는 동력성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에는 퍼포먼스 모델인 '쏘나타 N'도 라인업에 합류한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