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데이터, 쓰는 만큼 지켜야

Photo Image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에 힘입어 우리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서 있다. 표현하는 말도 4차 산업혁명, 인더스트리 4.0,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다양하다. 일일이 정의하고 구분할 수 있는 사람도 그럴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 드는 단어다. 공통 주제는 혁신이다. 주요 재료로 '데이터'가 빠짐없이 포함된다. 데이터 활용 역량이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말은 이제 새삼스럽다.

세계 각국은 데이터 지키기에 나섰다. 유럽 개인정보보호법(GDPR)이 대표 사례다. 올해 초 구글은 개인정보 수집·처리 과정이 불투명하고 이용자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5000만유로의 과징금을 맞았다. GDPR 과징금 한도가 적용된 첫 사례다. 앞으로도 당초 입법 취지대로 글로벌 인터넷서비스 기업의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활용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 보호 역량도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시대다.

정보보호업계가 느끼는 국내 보안 현실은 동떨어졌다. “꼭 어디서 사고가 터져야 부랴부랴 검토하더라”라는 말이 보안 업체 담당자들 입에 붙었다. “보안 문제는 일단 시장에 자리 잡은 다음에 생각하자”는 스타트업도 심심치 않게 접한다. 정부의 스마트공장·스마트도시 사업도 청사진 제시에만 바쁜 건 마찬가지다. 빨리빨리 문화 속에 여전히 보안은 뒷전이다. 데이터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는 만큼 데이터가 지켜지지 않았을 때 돌아올 역풍도 크다.

입법예고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시행령은 국내 데이터 보호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손해 배상 책임 이행을 위해 정보 제공 서비스 사업자 등의 보험·공제 가입이나 적립금 준비 조치가 6월부터 의무화된다. 이용자 1000명 이상 개인 정보를 저장·활용하는 기업 모두 적용된다. 아직 1%대에 불과한 국내 사이버 보험 가입률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정보보호·개인정보보호관리체계(ISMS-P)인증을 받았거나 보안 수준이 높을 경우 보험요율 감면 등이 고려된다면 국내 데이터 보호 역량 증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피해 구제를 위한 궁극의 해법은 사전 방지, 즉 예방이다.

이제는 데이터 활용뿐만 아니라 보호에도 힘을 쏟아야 할 시기다. 국내 데이터 경제 활성화는 물론 우리 기업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 필요한 조치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


팽동현기자 paing@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