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한국 영화가 살아남으려면?

대자본 영화의 흥행 연속 참패, 흥행 영화의 독주! '미는' 영화가 흥행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다양한' 영화를 볼 수도 없는 시대! 한국 영화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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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한직업' 스틸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가 별로 재미있지 않다? 참신하지 못한 스토리텔링, 기존의 성공 공식만 답습한 기획력, 영화 같은 드라마와 차이점을 보이지 못하는 영화

관객이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성향에 따라 다양한 기준이 존재하겠지만,관람하기 전 영화에 대해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로 판가름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그 영화 재미있냐?”이고, 그 다음 질문이 “누가 나오냐?”이다.

작년과 올해 개봉해 흥행에 실패한 많은 한국 영화는 영화 자체 재미보다 흥행 보증수표로 인식됐던 배우에 의존한 경향이 크다. 스토리텔링이 참신하지 못하고, 기존에 성공했던 공식을 그대로 답습했기 때문이다. 관객과 관객 성향이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한국영화가 흥행할 때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영화가 흥행했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그때 흥행한 영화들 대부분이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었고 소위 '배우빨'로 어부지리 흥행한 영화는 손꼽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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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약왕'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김수현 주연의 '리얼'(2017년 6월 28일 개봉, 관객수 47만명, 제작비 115억원), 강동원 주연의 '인랑'(2018년 7월 25일 개봉, 관객수 89만명, 제작비 160억원), 송강호 주연의 '마약왕'(2018년 12월 19일 개봉, 관객수 186만명, 제작비 165억원)은, 톱A급 배우가 주연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손익분기점 300만~400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흥행을 했다.

디오 주연의 '스윙키즈'(2018년 12월 19일 개봉, 관객수 147만명, 제작비 153억원), 공효진 주연의 '뺑반'(2019년 1월 30일 개봉, 관객수 182만명, 제작비 130억원)' 등 많은 영화가 높아진 제작비에 비해 현저하게 부족한 흥행을 이뤘다. 공통적인 반응이 '재미없다'라는 점을 영화 제작진은 깊게 반성해야 한다.

'완벽한 타인'(2018년 10월 31일 개봉, 관객수 529만, 제작비 58억원)'은 톱A급 배우가 출연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으로 롱런했고, '극한직업'(2019년 1월 23일 개봉, 관객수 1624만명, 제작비 65억원)은 '류승룡이 나오는 영화는 흥행하지 못한다'라고 했던 영화 관계자들이 얼마나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증명했다. 흥행배우는 계속 흥행배우이고 한 번 흥행에 실패한 배우는 흥행 실패배우라고 관계자들이 평가할 때, 관객은 영화 자체에 더 초점을 두고 관람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tvN 드라마 '도깨비'와 '미스터 션샤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등 드라마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드라마'로 영화와 드라마 간 기술력 간극을 줄일 때, 우리나라 영화들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영화 제작기간은 3~5년 걸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영화가 드라마보다 관람객과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 늦다는 점 또한 고려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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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킹덤' 스틸사진. (사진=넷플릭스 제공)

◇ 아직도 배신코드의 영화를?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나라에서 배신코드 영화, 드라마는 지속적으로 흥행에 참패하고 있다. '군도:민란의 시대'(2014년 7월 23일 개봉)는 하정우, 강동원의 화려한 액션으로 개봉 1주일(7/29)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364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 '명량'(2014년 7월 30일 개봉)으로 급격한 하향세를 펼치다 477만명 관객으로 마무리했다.

'군도:민란의 시대'에서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마지막에 적대적인 세력에 있던 사람끼리 합의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믿고 따르던 사람을 배신했고, 신념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허무하게 만들었다. 이 영화는 배신코드로 흥행한 마지막 영화이자, 배신코드로 더 이상 흥행하지 못한 첫 번째 영화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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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끝까지 간다'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이선균 주연의 '끝까지 간다'(2014년 5월 29일 개봉)는 장기 흥행으로 345만명의 관객이 관람했는데, 흥행 요인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갔기 때문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가지는 게 사실이다.

영화에서 반전은 스토리텔링, 긴장감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예전에는 반전이 있으면 무조건 좋아하는 관객이 많았고, 반전이 있어야 영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 배신코드를 사용한 반전에 관객은 '속았다'라고 느낀다. 영화적 반전을 줄 때 배신코드를 사용했는지, 사용하지 않았는지에 따라 감정이입한 관객이 느끼는 감정은 천지차이이다. 배신코드 영화·드라마에 대한 관객 외면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판타지 소재 개발? 북한 공작원은 더 이상 판타지가 아니다

외계인 영웅(슈퍼맨), 서양 영웅(토르,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등)은 너무 멀리 느껴지고, 그렇다고 우리나라 사람이 주인공일 때는 너무 친근하게 느껴져 판타지가 생기지 않을 수 있을 때, 우리와 외모는 같지만 무언가 숨겨진 이야기를 가진 판타지적 존재로 영화 속에 어필했던 대상은 북한 공작원·군인·간첩이었다.

'쉬리', '베를린', '용의자'를 비롯해 북한 공작원은 영화의 흥행 보증 요소였다. 그렇지만 제1차 남북정상회담과 제1차 북미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우리나라 뉴스에 연일 등장하면서, 북한 공작원은 더 이상 판타지를 선사하는 존재가 아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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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NEW 제공)

'강철비'(2017년 12월 14일 개봉), '공작'(2018년 8월 8일 개봉) 등의 영화는 2017년 중반 이전에 개봉했으면 천만 혹은 그에 육박하는 흥행을 했을 수 있다. 북한 공작원을 소재로 한 영화가 더 이상 어필하지 못하지는 않겠지만, 이전만큼 매력적 소재가 아닐 수 있다. 'PMC: 더 벙커'(2018년 12월 16일 개봉, 167만, 제작비 140억원)의 흥행 저조, 관객들의 강력한 요구로 인한 '베를린2' '용의자2' 제작에 대한 이야기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 국뽕 영화가 시들해진 이유는?

'국뽕'은 애국주의를 뜻하는 속어다. 국뽕 영화는 관객과 기자, 평단의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영화이면서도 지속적인 흥행을 했던 장르다.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악평을 받았던 '인천상륙작전'(2016년 7월 27일 개봉)은 705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국뽕 영화', '뻔한 이야기'라는 오명을 씻었다. 만약 작년이나 올해 개봉했으면 어땠을까?

남북관계, 북미관계 변화도 작용했지만 국정농단, 사법농단 등으로 인해 무조건적인 애국주의가 이제는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 믿고 의지해야 하는 사람이 배신했다는 정서가 국뽕 영화를 더 이상 행복하게 볼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시간이 더 지나가면 '애국주의 영화'는 다시 부활할 수 있다. '애국주의'는 중요한 가치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마블 시리즈로 대표되는 할리우드 히어로 무비 또한 '국뽕 영화'라고 볼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국'은 물론 '미국'이다. 최근 히어로 무비는 '지구를 지킨다' '지구인을 지킨다'라는 미명하에 펼쳐지는 '지구뽕 영화'라고 볼 수도 있는데, 문제는 그 영화들에서 '지구'로 대표되는 지역이 모두 미국인 것이다. 중국에서 거대 자본이 투자된 영화의 경우 중국 또한 중요한 지구로 표현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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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스틸사진. (사진=NEW 제공)

15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자전차왕 엄복동'은 '국뽕 영화'의 대열에 넣기에도 어설프다. 엄복동의 자전거 도둑설에 대해 김유성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 당시 몰랐다”고 기자간담회에서 밝혀 고증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고증에 대한 검증 미비, 개연성 부족한 스토리 등은 이 영화가 국뽕 영화이기 때문에 흥행에 실패했다기보다는 영화적 완성도가 현저하게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 배우 리스크, 모든 콘텐츠에서 가장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미투, 도박, 음주운전, 폭행 등 배우 리스크는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콘텐츠에서 가장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신과함께'는 제1편인 '신과 함께-죄와 벌' 이후 미투 논란에 제2편인 '신과함께-인과 연'이 재촬영됐고, 흥행을 하기는 했지만 전편보다 미흡했고 호평은 줄어들었다. 만약 재촬영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어쩌다, 결혼'은 미투에 연관된 배우가 출연함에도 불구하고 제작비 등의 문제로 배우 교체와 재촬영 없이 개봉을 강행했는데, 하루 529개 스크린, 1,408회 상영으로 CGV아트하우스가 '밀어'줬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관객수가 8만명에도 미치지 못 했다. 학습된 무기력, 학습된 무력감에 관객이 더 이상 강하게 반발하지 않더라도, 제작진 입장으로 강행한 영화는 외면 받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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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스틸사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리스크가 발생하면, 그 배우가 출연한 모든 영화와 드라마의 재상영, 재방송이 제한될 수 있다. 배우 리스크와 함께 감독, 작가 등 주요 스태프에 대한 리스크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 영화가 기획되고 개봉하기까지 최소한 3~5년 걸리기 때문에 처음부터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국영화가 흥행했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안주하지 않는 도전정신, 기존 성공공식에 매몰되지 않는 창의성, 안전한 것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겠다는 영화 정신이 필요하다. 영화관을 찾을 때 한국영화 먼저 검색하던 시대, 외화가 개봉할 때 한국영화 개봉시기의 눈치를 보던 시대가 다시 도래하길 바란다. 관객에게 강요하기 전에 영화가 먼저 보여줘야 한다.

천상욱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