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국가균형발전 위해 지역소비자 권익 보장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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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숙 한국소비자원 원장

지난 1월 29일 정부는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총 24조원 규모의 23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을 발표했다. 이후 언론과 인터넷 상에선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한다는 명분과 재정 낭비를 막기 위한 경제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실리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양측 대립에도 진정한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수도권과 지방 간 불균형 해소가 시급하다는 인식에는 이론이 없는 듯하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50%가 모여 살고 있다. 2016년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사업체의 47.3%가 수도권에 몰려 있으며,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810조원으로 전국의 49.5%에 해당한다. 또 2017년 기준 상장회사의 72.3%가 수도권에 있고, 연구개발(R&D) 투자의 64.4%가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 과거 우리나라가 수도권 중심으로 이룬 고도 압축 성장의 어두운 단면이다.

지역 불균형 현상은 생산과 투자를 넘어 소비자행정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단편 사례로 지방공무원들 사이에서 소비자행정은 지방자치단체 고유 사무가 아니라고 인식돼 기피 업무로 취급되고 있다. 이는 결국 지역소비자행정 인프라와 정책 부실, 더 나아가 지역소비자 만족도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한국소비자원의 2017년 소비생활지표 조사에서 수도권의 소비생활만족도는 77.6점인데 비해 비수도권 지역은 75.1점으로 나타난 결과가 잘 보여 준다.

일본은 지방소비자행정 활성화를 위해 2008년 150억엔의 기금을 확보한 이후 2015년까지 총 411억엔의 재원을 조성한 바 있다. 또 2015년 3월 24일 '지방소비자행정 강화전략'을 발표하고 전국에 걸쳐 질 높은 소비자 상담과 피해 구제, 안전과 안심이 확보되는 지역소비자행정체계 정비를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인구 5만명 이상 지역의 소비생활센터 설치 비율은 94.9%에 이르며, 기초지자체인 1721개의 모든 시·구·정·촌(우리나라의 시·군·구에 해당)에 소비자상담창구가 설치됐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광역 지자체 가운데 세종시를 제외한 16개 시·도에만 소비생활센터가 설치돼 있고, 기초지자체인 시·군·구의 소비자상담실 설치 비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소비자시책을 전담해서 추진하고 있는 한국소비자원도 전국에 9개 지방 지원을 두고 있지만 대부분 대도시에 위치해 있다. 농·산·어촌의 소비자정보 소외 지역을 찾아가 지역민에게 필요한 소비생활 및 피해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등 지역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우리나라는 2017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14.2%를 기록하며, 고령사회로 본격 접어들었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가 장기화됨에 따라 지방 소멸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서 향후 지역소비자행정은 지역 고령소비자를 비롯한 사회 배려 계층의 소비자 문제 해결에 실질 도움이 되는 공공서비스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지역소비자행정에 대한 인식의 근본 전환과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자체 일로만 치부한다면 지역소비자 권익 강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지역소비자행정 활성화를 위해 중앙정부에서 앞장선 일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희숙 한국소비자원 원장 leehs@k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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