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시장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운용사 전반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한 가운데 펀드 수탁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마스턴투자운용 등 일부 종합 운용사와 전문사모운용사가 수탁고 증가를 견인하는 가운데 전문사모운용사 절반 가까이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면서 사모펀드 운용시장에도 양극화가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43개 자산운용사의 순이익은 60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전체 운용사 순이익은 줄었지만 운용사가 굴리는 자산 규모는 1018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9조1000억원(7.3%)가 늘었다.
사모펀드가 47조2000억원 늘어 전체 수탁고 증가를 견인했다. 공모펀드는 6조6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투자일임 계약고는 15조3000억원이 늘었다.
사모펀드 수탁고 증가는 지난해부터 전문사모운용사가 대거 신설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산운용사 243개사 가운데 전문사모운용사는 169개사에 이른다. 지난해에만 총 29개사가 신설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종합운용사는 시장 상황과 기관 투자자 확보 등 여부에 따라 비교적 꾸준한 이익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상장지수펀드(ETF)와 기관투자자 유치 확대,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등에 힘입어 지난해 가장 큰 폭의 순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종합 운용사는 공모자금을 위탁운용하는 만큼 수익 여부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면서 “공모펀드보다는 연기금 투자풀 등 외부위탁운용 자금이 얼마나 증가하느냐 여부에 따라 수익성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양극화가 단적으로 나타나는 분야는 사모펀드 시장이다. 국내 헤지펀드 시장의 강자로 꼽히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3월 결산법인)의 순이익은 244억원에 이른다. 미래에셋, 삼성 등 종합 자산운용사 4개사의 순이익을 바로 뒤쫒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도 23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자산운용업계에서 6번째로 순이익이 많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부동산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운용사다. 이 회사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약 70%가 증가했다.
사모펀드, 부동산펀드 등을 중심으로 이처럼 자산운용시장 전반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익은 일부 운용사가 독식하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 신설된 전문 운용사 29개사 가운데 20개사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로보어드버이저를 무기로 한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은 올해 2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신설 운용사 가운데 가장 많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에이원자산운용, 위너스자산운용, 브이엠자산운용 정도만이 1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거두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다양한 플레이어가 전문사모운용시장에 진입했다는 사실은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수익성 다각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면서도 “일부 운용사는 고유자산 운용시 얘기치 못한 시장약화에 취약한 만큼 유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조언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