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캡틴 마블(Captain Marvel)〉이 관객 320만명(3월1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미스 캐스팅 논란, 페미니즘 논란에 섰던 영화가 경쟁 작품 없이 흥행한다는 것은 큰 반전이다.
◇ 미스 캐스팅 논란, 페미니즘 논란의 중심에 섰던 〈캡틴 마블〉
〈캡틴 마블〉은 영화 개봉 전 평점 테러로 유명해진 작품이다. 관람 전부터 영화 외적 요소에 과도하게 반응한 것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주인공으로 출연한 브리 라슨이 문제를 키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캡틴 마블〉이 거대한 페미니즘 영화의 일부가 될 거라는 식의 인터뷰는 영화 내용이나 기획 의도와는 관계없는 사항이자 브리 라슨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많은 사람의 반감을 샀고,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엑스맨〉, 〈앤트맨〉 등의 원작자이자 기획자인 故 스탠 리가 별세했을 때 마블의 모든 배우가 추모했는데 브리 라슨은 추모글에 자신의 옷, 신발, 가방을 자랑하는 사진을 게재해 질타를 받았었다.
원작 캐릭터와 괴리에 아쉬워하는 사람도 많았고, 에밀리 브런트 등 캡틴 마블 역 기존 후보 배우의 캐스팅 불발에 실망한 팬도 많았다. 영화에서 배우 리스크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 보여줬는데, 다른 영화와는 달리 〈캡틴 마블〉은 이를 극복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려면 〈캡틴 마블〉을 건너 뛸 수 없다
4월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엔드게임〉을 보려면 새로운 키 유닛 영화인 〈캡틴 마블〉을 볼 수밖에 없다. 세계 어벤져스 팬덤은 배우와 캐릭터에 대한 논란 때문에 지금까지 시리즈로 봐왔던 어벤져스의 모든 마블 히어로를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 새로운 히어로, 인간의 감정을 놓치지 않았다
〈캡틴 마블〉은 새로운 히어로를 탄생시키며 인간의 감정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첨단 기술을 보여주고 새로운 히어로를 만들면서 분노, 평정, 의심, 믿음 등 인간 감정을 놓치지 않는다. 새로운 히어로에게 첨단 전투력만 부여하는 게 아니라 인간 본연의 깊은 곳에 있는 감정을 투여해, 시각적 화려함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블록버스터 팝콘 무비가 아닌 깊게 느끼고 감명 받게 만드는 진짜 영화를 관객에게 선사한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면?' '내가 나의 감정과 싸워야만 한다면?'이라는 영화 속 질문은 관객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이 나의 뇌를 열어 내 기억을 훔쳐보는 설정이 머지않은 현실에서도 가능할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 또한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 경쟁작이 없다, 우리나라 개봉 영화의 현실
장기간 흥행으로 994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보헤미안 랩소디〉(2018.10.31.개봉), 역대 관객수 2위 1,618만명이 관람한 〈극한 직업〉(2019.1.23.개봉)에 이은 〈캡틴 마블〉(2019.3.6.개봉) 흥행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경쟁작이 없다는 것이다. 동시 개봉한 막강한 영화가 없을 뿐만 아니라 후속 개봉한 영화들의 잇단 참패에 따라, 일단 흥행하기 시작한 영화에 관객이 몰리는 것이 최근 우리나라 개봉 영화 트렌드이다.
2018년 천만 영화였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신과함께: 인과 연〉이 시리즈 영화이자 화려한 CG를 자랑한 영화라는 공통점 또한 우리나라 관객이 영화를 선택하는 요즘 트렌드라고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캡틴 마블〉과 공통점이라고 볼 수 있다.
천상욱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