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혁신이 되려 사교육 강화... 저소득층까지 사교육 의존도 높아져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증가 현황

지난해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공교육 불신이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8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사교육 수강의 가장 큰 이유는 학교수업보충·심화(49%)로 나타났다. 선행학습을 위해서라는 답이 21.3%, 진학준비가 17.5%, 불안심리 4.7% 순으로 조사됐다. 복수로 응답한 것을 전체 100으로 환산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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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 월평균 사교육비 증가 추이. 자료=교육부

'방과후 학교' 수업 역시 참여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과후'는 저렴한 공교육으로 사교육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으나,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선행학습 금지에 따른 초등학교 1~2학년 영어 방과후 수업폐지 등 정책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치원과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 폐지는 선행학습 금지에 따라 적용됐으나, 오히려 부담이 큰 사교육 의존도를 높인다는 반발을 샀다. 지난 해 말에야 교육부는 유치원부터 방과후 영어를 허용했다.

그 결과 지난해 방과후학교 이용 총액은 9258억원으로 전년 대비 917억원 감소했다. 참여율은 51.0%로 전년 대비 3.7%p 하락했다. 그 중 교과 프로그램 전체 참여율이 33.8%로, 전년보다 4.1%p 떨어졌다.

문재인 정부는 교실 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을 주요 국정 과제로 삼았다. 학교 수업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노무현 정부 이래로 모든 정부가 수능을 개편해 학생의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실책을 범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론화까지 동원해 2015교과과정에 맞는 대입 개편안을 찾으려 했지만, 결국 수능 위주 전형 숫자만 제시한 어정쩡한 개편안를 도출했다. 고등학교 전 학년이 서로 다른 입시를 준비해야 해, 학교 수업보다 학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2018년 고등학교 학생수는 전년대비 13만 여명이 감소했지만 고등학교 사교육비 총액은 2253억원 늘었다.

이들이 졸업년도에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면 새로운 대입 전형에 적응해야 해 학원 의존도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복잡해진 입시로 인해 유웨이 등 입시업체가 수험생 학부모를 위한 입시 용어를 정리해 배포하기도 했다.

단편적으로 수능에서 영어 절대평가 도입 정책은 국어 사교육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고등학교 국어 과목 사교육비는 6488억원으로 전년 대비 997억원(18.2%)이 증가했다.

저소득층 사교육 증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 월평균 사교육비는 200만원 미만 가구 비용의 5.1배로 나타났다. 지난해 5.2배 대비 줄어들었다. 200만원 미만 가구 1인당 사교육비가 전년 대비 5.9%, 참여율이 3.3%p 늘어난 탓이다. 소득구간별 증가율을 보면 금액과 참여율 모두 200만원 미만 가구가 가장 큰 수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4분기에 소득 하위 20%(1분위) 가계 명목소득이 전년 대비 18% 급감하는 등 저소득층 가계가 소득 부진을 겪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소득이 줄어드는 가운데에서도 사교육 지출을 늘린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공교육 불신이 저소득층마저 사교육 의존도를 높인 셈이다.

전교조는 12일 논평을 내고 “한국 사회는 사교육비 20조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면서 “교육부는 2015 교육과정의 운영과 그에 따른 대책이 부실하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계 발표에 교육당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집계만 발표하던 예년과 달리 사교육비 부담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첫 번째가 대입 안정화와 단순화다. 학교가 대입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관계법령을 개정해 대입 전형별 신입생의 고교 유형 정보 및 지역정보 공시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입 과정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입학 사정관 회피·제척 제도 및 입시 부정·비리 시 입학 취소 근거 규정도 만든다. 다수·다단계 평가와 블라인드 면접 도입을 대학 재정지원사업까지 연계해 확대한다.

공교육 내실화로 사교육을 경감할 수 있도록 이달 말까지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수립한다. 공교육정상화법도 개정해 초등학교 1~2학년 대상 영어 방과후 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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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비 구조. 자료=교육부

<소득 구간별 사교육비 증가 현황> 출처=교육부

어설픈 혁신이 되려 사교육 강화... 저소득층까지 사교육 의존도 높아져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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