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업계에서 제값 받기와 함께 10년 넘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유지보수비 지급 문제다. SW 정품 사용에 대한 낮은 인식이 유지보수료 책정에 영향을 미친다.
유지보수는 요구된 기능을 다하도록 바르고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자동차, 아파트, 전자기기처럼 몇 년 사용한 뒤 보완하는 경우도 있지만 SW는 개발 완료 직후부터 유지보수 수요가 발생한다.
SW 개발 테스트 단계에서 찾지 못한 오류를 바로잡는 작업뿐만 아니라 고객사 시스템 환경 변화에 따른 적응 유지보수가 필요하다. 시스템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신기술을 적용하고 싶은 고객사는 기능 보강을 요구하고, 예측되는 오류를 찾아 예방 유지보수를 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유지보수를 무상 또는 헐값에 요구하는 발주 기관과 기업이 아직도 많다는 사실이다. SW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평균 유지관리요율은 10.2%에 불과했다. 정부가 제시한 공공 유지관리요율인 15%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SW 기업 10곳 가운데 4곳은 유지보수 비용이 5~10% 미만인 것으로 드러났다. 15% 이상 지급하는 기관은 5.2%에 불과했다.
외산 SW 처우는 국산 SW보다 낫다. 글로벌 기업은 본 계약과 별도로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한다. 대표 사례가 오라클이다. 오라클이 제공하는 유지보수를 받기 위해서는 전체 시스템 계약규모 22% 수준의 유상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오라클 데이터베이스(DB)를 다수 엔터프라이즈 기업과 행정·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에는 불공정한 처사다.
외국계 SW 기업은 안정된 유지보수 비용을 바탕으로 연구개발(R&D) 또는 고객 확보에 주력한다. 실제 오라클은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을 견제하기 위해 유지보수료를 활용, 기존 고객 지키기에 들어갔다. 반면에 국산 SW 기업 다수는 낮은 유지보수료로 말미암아 R&D는커녕 인건비 충당도 버거운 실정이다.
한 외국계 기업 지사장은 “유지보수비 20%를 보장하면 국내 기업 자생력은 물론 시장 경쟁력도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 역차별 상황을 정부와 공공이 나서서 개선해야 한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