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페르노리카, 직원 일방적인 희생 요구 안 돼

Photo Image

경기 침체와 소비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구조조정과 명예퇴직 등 자구책을 시행에 들어간다. 10여년 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해 온 위스키 업계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업계 1, 2위를 다투던 페르노리카코리아의 경우 영업 위축 속에 한국 시장 철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회사가 전 직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희망퇴직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며 노사 관계는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이에 앞서 페르노리카코리아는 1월 22일 위스키 임페리얼 브랜드 매각과 동시에 210여명의 직원을 94명으로 감축하는 내용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노조는 “회사가 노조와 아무런 협의 없이 대규모 인력 감축 계획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직원의 3분의 2 이상이 생존권을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고 강력 반발했다.

지난 3년 동안 '페르노리카코리아 임페리얼' 법인이 프랑스 본사에 배당한 돈만 458억5000만원에 이른다. 2016년(2015년 7월~2016년 6월) 영업이익이 139억5000만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252억원을 배당했고, 2017년에는 91억5000만원을 배당했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48억9000만원으로 급감했지만 115억원을 배당했다. 무리한 배당에 페르노리카코리아 임페리얼은 35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내기도 했다.

한국 시장에서는 임페리얼 판권 매각과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본사에는 고액 배당을 계속해 온 것이다.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이번 임페리얼 판권 매각과 대규모 구조조정은 '계획된 먹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회사 경영 정상화와 재무 상태 개선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문제는 이러한 과정 중 희생과 고통은 오롯이 직원들에게만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오너와 경영진들의 방침아래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한 죄밖에 없다. 시장의 변화와 외환 상황 등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이 많겠지만 기업들이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은 이에 대응하지 못한 경영진들의 책임이 더욱 클 것이다.

하지만 장 투불 대표를 비롯해 페르노리카코리아 영업총괄 임원과 인사 임원 등 경영진들은 대부분 자리를 지키며 직원들에게 희생만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체가 내놓는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의 명분은 모두가 살기 위해선 일부가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를 위해 소가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을 당하는 직장인으로서는 속수무책 당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동안 '선장'의 책임과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해 왔다. 기업의 선장은 오너 또는 대표이사다. 침몰하는 기업을 바라만 보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을 선원(직원)들에게만 전가해서도 안 된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