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사의 디지털보] <4>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선원형인가 농부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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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 가운데에는 농부형과 선원형이 있다. 선원형은 먼 곳에서 보거나 경험하고 온 신기한 얘기를 하는 사람이다. 농부형은 주위의 흔한 소재를 새롭고 재미있게 말하는 사람이다. 선원형 이야기꾼의 소재는 몇 번 듣고 나면 그 참신함이 사라지기 때문에 지속해서 소비되지 않는다. 농부형은 이미 알려진 흔한 소재여도 사랑방에서 오래 소비되도록 끝없이 새롭게 구성하고 발전시킨다.

정보기술(IT) 분야와 디지털 분야에도 농부형과 선원형이 존재한다. 선원형은 새로운 미래 지향 개념과 혁신 솔루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향의 사람이다. 최신 해외 트렌드와 앞서가는 외산 솔루션을 기반으로 컨설팅을 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반면에 농부형은 이미 존재하고 알려진 기술과 개념을 현실에 맞게 재구성해서 문제를 풀어보려고 하는 실용주의 사람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기술과 솔루션을 현재 환경에 맞춰 지속해서 최적화시켜 효용을 발생시킨다.

먼 곳에서 고래를 봤다며 등에 난 구멍으로 물기둥을 뿜어내는 집채 만한 바다 포유류를 설명하는 이야기꾼에 환호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 4차 산업혁명, 로봇처리자동화(RPA) 등 앞으로 디지털 세상이 가져다 줄 환상적인 그림에 매료됐지만 이제 더 들을 내용이 없어졌다. 이제는 농부형 디지털 전문가가 나서야 할 때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문가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트랜스포메이션의 태생이 그렇듯 기존의 어떤 것을 새로운 어떤 것으로 변환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을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 다만 그 변환을 파괴적으로 할 것인가 부드럽게 할 것인가를 달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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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소비자간거래(B2C) 기업의 마케팅에서 고객 응대에 이르기까지 서비스 체계를 디지털화하는 내용을 놓고 구체화해서 설명해 보자. 이때 디지털 혁신 전문가가 지니고 있어야 하는 능력은 다음과 같다.

1. 레거시 IT 지식, 2. 디지털 기술 지식, 3.콜 시스템 이해, 4.콜센터 운영 이해, 5.보안과 규제 이해, 6.프로세스 재설계 능력.

콜센터 현실을 모르고 콜센터를 어떻게 디지털라이즈할 수 있겠는가? 기존의 레거시 IT에서 자유로운 디지털 기술 적용이 가능이나 하겠는가? 디지털 네이티브의 행동 패턴과 기술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기존 세대가 참신한 제안을 수용할 수 있을까? 파괴적이든 점진적이든 프로세스 재설계 경험이 없는 사람이 솔루션 적용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성공하겠는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 이러한 내용을 두루 경험한 전문가(구루)가 있거나 이러한 능력의 화학적 결합이 이뤄진 팀을 구성해야만 한다. 그 전문가나 팀이 해야 할 일은 전체 조직의 DNA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IT 주제는 “제가 IT를 잘 모르는데 잘 부탁드립니다”가 가능했지만 디지털 주제는 현업과 그 경계가 없는 특징 때문에 “제가 디지털을 잘 모르는데 잘 부탁합니다”가 성립되지 않는다. 디지털 혁신 부서가 솔루션 몇 가지를 도입해서 조직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루려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신체 상의 노안보다 정신 상의 노안이 심각한 최고정보책임자(CIO)와 최고디지털부문책임자(CDO)는 일견 해박한 디지털 전문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못 생긴 나라에서 제일 예쁜 사람이 사실은 예쁜 것이 아니듯 회사 내에서 디지털 전문가로 대우 받지만 사실은 아닌 경우라면 그 위험은 몇 년이 지나서야 치명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IT부서가 상실한 혁신 주도권을 넘겨받은 디지털 혁신 부서는 사뭇 열공 중이다. 로드맵은 화려하고 당위적이어서 흠잡을 데가 없다. 디지털 담당 부서의 현 상황이 명문대를 가야 한다는 당위성과 성적 향상 로드맵에 현혹돼 코디에 의존한 드라마 '스카이캐슬' 내용이 다르지 않다면 지나친 과장이고 비약일까. “이 솔루션이 귀사를 디지털라이즈시켜 줄 것입니다.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라는 말에 농부형으로 대응해야 한다.

강태덕 동양네트웍스 대표 ted.kang@tongy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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