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99>위태로운 4차 산업혁명의 불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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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때문에 갑갑하네요.” 제조업으로 평생을 살아온 한 기업인의 푸념이다. 황새걸음으로 진화하는 첨단 기술과 비즈니스 환경을 뱁새 걸음으로 따라가야 하는 현실에 대한 저항이다. 30%를 상회하는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 지수 하락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국가 가운데 25위로 추락한 부가가치율에 대한 위기의식 표현이다. 4차 산업혁명의 두 바퀴인 전통산업과 첨단산업 간 불균형이 가속화되면서 양극화된 산업구조와 갈팡질팡하는 전통산업, 방만한 첨단산업의 오만함 등으로 나타나는 기형 발전이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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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시작한 4차 산업혁명은 전통기업의 구매·제조·유통·마케팅 지능화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 신조어는 첨단 기업의 전유물이 됐다. 이제라도 전통 산업 지능화로 눈을 돌려야 한다. 2000년대 초 당시 정보통신부가 '빌려 쓰는 정보기술(IT)' 정책으로 미장원, 학원, 정비소 등 전통기업 정보화에 주력하던 일을 기억한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온누리 상품권' 등 단기 처방도 필요하지만 변신을 유도하는 장기 정책도 필요하다. 사탕을 사 주는 부모가 당장은 인기가 있겠지만 결국 아이의 장래는 사탕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준 부모가 조성해 주기 때문이다.

전통 산업 지능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조선·자동차·보험 산업 등 변화가 절실한 기업의 대규모 지능정보화와 함께 대기업 중심으로 가상 환경과 생산 현장을 접목하는 사이버물리시스템(CPS)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도 2020년까지 스마트팩토리 3만개 구축을 목표로 하는 바람직한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 상가, 식당, 학원, 여행사 등 자영업 기반 기업 등 자본력과 지식이 부족한 대부분 전통기업에 지능정보화는 여전히 사치일 뿐이다. 전통 산업이 수레의 한 바퀴로서 제 역할을 하는 생태계 조성을 위해 좀 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전통기업에 기술과 지식을 제공하는 다양한 플랫폼 구축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이 최우선 과제다. 사업에 활용할 소프트웨어(SW), 빅데이터가 분석한 시장정보, AI 기반 사업 전략, 인터넷을 활용한 홍보, 구매와 유통 지능화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시급하다. 전통기업에 일정 기간 5세대(5G) 이동통신을 무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SW 기술지원센터를 설치, 모든 기업이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 전통 산업 혁신을 위한 플랫폼 구축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플랫폼 육성 정책의 한 축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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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기업 스스로의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오늘날의 현실에서 전통 산업에 지능화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지만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는 변화임을 기업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 지능정보화는 단순한 업무 효율화가 목적이 아닌 생존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적극 도입하고 체득하는 노력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면 혁신은 불가능하다. 지능화와 동반되는 정보 침해를 대비하기 위한 정보보호 기술 보급도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은 한 국가의 성패를 가름할 시금석이다. 한 바퀴의 달음질로 숫자를 부풀리기보다는 두 바퀴가 함께 굴러갈 수 있는 산업 정책이 국가 경제의 지속 발전을 위한 최선이다. 첨단 산업과 전통 산업의 조화로운 발전이 국가 번영과 국민 행복의 지렛대가 될 것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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