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무회의에서 '규제 샌드박스'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토로했다.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과 기술 간 융합으로 신기술 및 신산업이 출현하는데 “이런 정도 사업이나 제품조차 허용되지 않는” 규제 정책의 허점을 지적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전환 핵심이다. 신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실증 특례와 임시 허가로 기존 규제를 면제해 주거나 유예한다. 입으로는 신산업 육성을 외치지만 정책 현장에서는 얽히고설킨 규제로 말미암아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업계 목소리가 반영됐다.
일단 출발은 좋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회 등 도심 지역 수소충전소 설치 △유전체 분석을 통한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 △디지털 버스광고 △애플리케이션(앱) 기반 전기차 충전 콘센트에 대해 실증 특례와 임시 허가를 허용했다. 13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정보통신융합법'에 근거한 규제 샌드박스 심의 결과를 내놓는다. 정부는 이미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한 11개 국가와 비교,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제도라는 점을 강조한다.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이 금융 분야에 한정시켜서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규제 샌드박스 심의 절차가 또 다른 장벽이 되지 않도록 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정부가 한발 앞서 사례를 발굴하라는 주문도 내놨다. 제도가 첫발을 뗐으니 행정력을 적극 펼쳐서 산업계를 뒷받침하라는 의미다.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집행하는 공무원의 인식이 따르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실제로 1호 규제 샌드박스 심의 과정에서 설 연휴까지 반납한 담당 공무원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단 규제 샌드박스는 신산업 육성을 위한 마라톤 경기의 출발 총성일 뿐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회도 협조해야 한다. 도심 수소충전소 설치를 위해 앞마당을 내놓았듯 최소한 규제 개혁과 관련해서 만큼은 행정에 대한 면책 요건을 적극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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