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벤츠를 한국에서 만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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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를 한국에서 만들어도 되겠는데….”

친한 동료가 조금 황당한 얘길 꺼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한국에서 7만대를 판매,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벤츠 승용차 부문 글로벌 판매량 가운데 한국은 2016년 8위, 2017년 6위에 이어 지난해 5위로 올라섰다. 중국, 미국, 독일, 영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한국에서 팔린 7만대 가운데 절반인 3만5000대는 주력 세단인 E-클래스 1개 차종이다. 한국과 아시아 국가에서 인기 높은 차종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완성차 공장을 세워도 승산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제너럴모터스(GM)가 낮은 생산 효율성을 이유로 폐쇄한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인수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매년 한국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수만대의 벤츠 물량을 소화하고 나머지 물량은 미국, 일본 등 다른 국가로 수출할 수도 있다.

한국만의 우수한 자동차 전장부품 공급망을 활용할 수도 있다. 벤츠가 미래차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동화 전략 핵심인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 경쟁력은 막강하다. 실제 한국의 여러 자동차부품·전자·정보기술(IT) 기업이 벤츠 주요 공급처다. 지난해 벤츠 한국산 부품 조달 신규 계약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한국 기업을 인수하거나 신공장을 세울 가능성은 극히 없어 보인다. 생산성이 계속 후진하기 때문이다. 대립적인 노사 관계와 경직된 노동 시장 구조에 따른 고비용·저효율 생산 구조가 해마다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자동차 생산량은 402만대로 멕시코에도 밀려 글로벌 7위까지 추락했다. 자동차 생산 상위 10개국 가운데 3년 연속 생산량이 줄어든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각에서는 올해 한국의 자동차 생산 400만대 벽이 무너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한국이 다시 한 번 글로벌 자동차 주요 생산 거점으로 부활하기 위해서는 제품 경쟁력은 물론 생산 경쟁력 확보에 노·사·정이 힘을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노·사가 한 발씩 양보하고,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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