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내 위성시험동 테스트룸 10호. 지난 12월 발사한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 2A'호가 탄생했고, 지금은 '천리안 2B호' 조립이 이어지는 곳이다.
방에 들어서자 커다란 베이지색 공간 한 구석에 사람 키 두~세배 쯤 높이 직육면체가 눈에 들어왔다. 천리안 2B호 본체였다. 본체 표면은 갈색이었다. 그동안 사진으로 봐왔던 주름 잡힌 금색 표면과는 달랐다.
“아직 단열 역할을 하는 외장재를 두르지 않은 상태입니다. 본체 자체는 조립과 체결을 마쳤지만 아직은 여러 가지 과정을 진행하는 중입니다.” 기자를 인솔한 최재동 정지궤도복합위성사업단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위성 본체 주변에는 연구진 10여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을 높은 곳으로 올려주는 '고소작업대(일명 체리피커)'도 눈에 띄었다. 다섯 명 연구자나 위성이나 체리피커 위에서 세심하게 본체를 매만지고 있었다.
기자가 무슨 작업인지를 묻자 “곧 해양 탑재체 조립을 시작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해양 탑재체는 천리안 2B호 핵심요소다. 한반도 주변 적조나 녹조 발생 상황을 세심하게 파악한다. 전 모델인 천리안 1호에 실린 것보다 진일보했다. 관측 채널이 기존 8개에서 13개로 늘었다. 공간 해상도는 250m로 천리안 1호용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정신없이 설명을 듣는 사이에 연구자들이 조립과정을 시작했다. 상공에서부터 조심스럽게 금빛 외장재로 둘러싸인 정육면체 형태 탑재체를 본체 위로 내리고 있었다.
탑재체가 본체에 근접해지자 인근 연구자들이 긴장된 기색을 내비치며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본체 위에 올라선 연구자는 몸을 낮춰 결합 작업에 나서고, 체리피커 위 연구자는 조립 상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곁에 있던 김형완 박사는 “모두가 조립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체리피커에 올라탄 연구자는 '품질관리자'로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판단한다. 작은 실수도 위성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더라도 즉각 작업 이상여부를 관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탑재체 조립은 이후 기자가 현장을 떠나는 순간까지 계속됐다.
해양 탑재체 조립 후에도 작업은 남아있다. 환경 탑재체가 주인공이다. 이 탑재체는 향후 우리나라와 주변 미세먼지를 파악하는데 쓰인다. 일산화질소, 이산화황을 비롯한 대기 중 미세오염 물질을 포착하고, 움직임까지 알 수 있다. 정지궤도위성에 환경 탑재체를 싣는 것은 세계에서도 이번이 처음이다.
항우연은 설 연휴 직후부터 환경 탑재체 조립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조립 마무리와 환경시험 등 과정이 남아있다. 일의 연속이다. 최 단장의 경우 지난해에도 단 하루만 쉬었다. 천리안 2A호와 2B호를 함께 만드는 강행군을 펼쳤기 때문이다. 소속 연구원이 모두 2A호 발사에 성공하자마자 2B호 조립을 걱정할만큼 일에 파묻혀 살았다. 최 단장은 그래도 향후 성과를 기대하며 버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천리안 2A호에 이어 2B호까지 성공적으로 발사해 임무에 돌입한다면 우리나라 위성 기술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지금은 고되지만 앞으로 큰 영광이 기다릴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