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해 원유 생산량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45년 만에 세계 최대로 올라섰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셰일오일 증산에 힘입어 원유 생산량이 10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원유 수입 의존도는 3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 에너지청(EIA) 및 업계 추산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생산은 1090만 배럴 상당으로 전년 대비 약 20%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17년까지는 세계 3위 원유생산국이었으나 지난해 9월 말부터 2위인 사우디아라비아와 1위 러시아를 제쳤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원유공급에서 중동 의존도를 낮추면서 세계 에너지 지정학도 바뀔 전망이다.
미국은 원유 생산 증가로 원유 수입량에서 수출량을 뺀 이른바 순수입이 국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30%를 밑돌았다. 1988년 이래 최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수요가 크게 늘던 1990년대 전반에 비율이 40~50%대였다.
미국은 셰일 원유 생산기술 혁신으로 비용을 줄여 배럴당 50달러 이하에서도 채산성을 맞출 수 있게 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로부터의 수입은 직전 최고였던 2008년 50%에서 약 절반으로 3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이 오랫동안 '세계 경찰관'으로 움직여온 이유는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유전의 자원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던 1973년 4차 중동 전쟁은 석유위기에서 가파른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줬다.
미국은 1991년 걸프전을 비롯해 중동에서의 이 지역의 질서 유지에 앞장서왔다. 하지만 작년 12월에 시리아로부터 미국 철수를 표명하는 등 에너지 안전보장 관점에서 중동 문제에 적극 관여해왔던 정책 변화가 감지됐다.
미국이 석유위기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금지해 온 원유수출을 2015년 해제하자 수출이 급속히 늘어 작년 11월 마지막 주 수출량은 사우디와 러시아 등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로 커졌다.
원유와 석유제품의 합계 수출은 작년 11월 주간단위로 한때 수입을 상회해 같은 기준으로 1991년 이래 처음 일시적으로 순수출국이 됐다. 현재로선 2020년 연간으로 순수출국이 될 것으로 예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새로운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의 원유수출입 수지는 2017년 110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전체 상품수지 적자의 14%다. 미국은 원유수출을 통해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것으로 읽힌다. 천연가스는 2017년 이미 순수출국으로 돌아섰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이 에너지 소비대국에서 수출대국으로 전환해 자원을 무기로 세계 정치역학에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