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중국 기술기업 관련 조사를 강화하면서 기술투자 요람으로 불렸던 실리콘밸리에서 중국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혁신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면서 미국 기술벤처기업 대상 중국 투자가 중단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컨설팅회사 로디엄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새로운 규제가 나오기 전에 서둘러 거래를 성사시키자는 붐이 조성되면서 미국 신생회사(스타트업)에 대한 중국의 벤처 투자는 사상 최대 금액인 30억달러(약 3조3700억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미국 스타트업 대상 중국의 벤처 자금 조달은 크게 줄어들었다. 로이터통신은 35명의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정부가 막을 수 있는 권한을 확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의 핵심 기술을 빼돌리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
새로운 규제는 아직 시행 전이지만, 전문가들은 그 여파가 이미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바이어와 거래하는 미국 기술업체를 대표해 넬 오도넬 변호사는 "중국 기업, 중국 바이어, 중국 투자자들의 거래가 사실상 중단됐다"고 말했다.
일부 변호사들은 외국인 투자를 미국 정부로부터 승인받기 위해 계약조건을 열심히 수정하고 있다. 중국 투자자들은 거래에 손을 떼고 미국 스타트업과 만남을 중단했다. 일부 기업가들은 시장 진출이 중요한 분야에서 자칫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이유로 미 정부의 장기간 검토가 필요한 중국 투자 등은 일부러 피하고 있다.
로디엄에 따르면 중국 벤처투자의 최대 4분의 3이 새로운 규제에 따라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검토대상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샌프란시소코에 본사를 두고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기업 교육 자료를 만드는 볼리랩스는 베이징에 본사를 둔 중국 교육투자그룹 TAL의 투자를 받았지만, 작년부터 중국 투자자들의 제안은 거절했다.
카슨 칸 볼리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양국간 무역긴장과 지식재산권(IP) 문제가 너무 많이 존재하는 가운데 투자를 더 받는 것은 합리적 결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혁신 기술의 가장 적극적 투자자였다. 우버, 리프트는 물론이고 데이터네트워킹·자율주행·음성인식 스타트업 등 최첨단 기술 보유 기업 회사 지분을 주로 인수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이 실리콘밸리를 휘청이게 할 정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데이터조사 회사인 피치북에 따르면 전 세계 투자자들은 지난해 3분기까지 미국 벤처기업에 840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자금사정은 최고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투자는 미국 기업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인 중국에 진출할 수 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중국 투자자들의 추가 자금 유입을 거절했던 볼리랩스도 중국 투자를 거절하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한편에서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핵심 기술 유출을 우려해온 사람들은 규제를 반기고 있다.
로디엄에 따르면 2000~2017년까지 미국 내 중국 벤처투자의 21%가 중국 정부 통제 아래에 있는 국영펀드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됐다. 이 수치는 지난해 41%까지 급증했다.
로이터통신은 새로운 규제로 미국이 세계적 기술강국으로 올라서겠다는 중국의 목표를 저지할 수 있을 지 두고봐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은 여전히 자금 출처를 알기 어려운 방법으로 미국 기술기업에 투자할 수 있고, 중국 투자자들이 자금을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지역의 유망 회사로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