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신년기획] 현장 목소리 빠진 4차산업 헬스케어, "정부 로드맵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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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헬스케어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파급력 있는 혁신성장 핵심 분야로 꼽힌다. 인공지능(AI) 접목 기술, 정밀의료 개발도 활발하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엔마켓과 프로스트앤설리반에 따르면 글로벌 정밀의료 시장은 연 15.2%, 헬스케어 AI 시장은 연 52.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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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 중국 등 국가에 비해 헬스케어 분야 규제 혁신이 늦고, 산업 발전 속도에 비해 집중 투자 등 정책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국가 미래 성장동력인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현실에 맞는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책 개혁이 곧 한국 미래 성장 산업을 돕는 길이라는 게 전문가 공통 의견이다.

전문가 15인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정부 정책 평가 점수는 낮았다. 본지 설문조사결과, 전문가 15인은 헬스케어 정책에 대해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응답했다. 국내 헬스케어 정부대응 수준(정책)에 대해 10점 만점을 준 응답자는 1명에 불과했다. 10점 만점에 6점은 5명, 5점은 3명, 4점은 1명, 3점은 1명, 2점은 3명, 1점은 1명이었다. 평균 4.6점에 불과했다. 시장친화도(규제) 측면에서도 평균 2.8점으로 헬스케어 규제와 관련해 낙제점을 받았다.

◇헬스케어 특위, 민간 주도 정책으로 거듭나야

민간 주도가 아닌 정부 주도 폐해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부터 '헬스케어 빅데이터 쇼케이스 사업'을 추진한다. 암 생존자를 비롯한 300명에 대해 건강, 의료,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헬스케어 빅데이터 활용경험을 축적, 표준개발에 활용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 같은 사업은 늘어나는 데 반해 산업계가 정작 필요로 하는 데이터는 수집되지 않고 있다.

각종 시범사업 속도가 글로벌 발전 속도에 비해 더디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에서는 보건의료빅데이터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정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보건의료 공공기관 4곳 데이터를 통일해 공익 목적에 한해 민간에 개방한다. 문제는 공익 목적인데다, 정작 민간 기업이 필요로 하는 각종 유전체 등 데이터 정보가 제한적이다. 제품 개발에 활용하기 쉽지 않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시범사업만 지나치게 많다”면서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로드맵을 갖고 규제 타파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야 산업 혁신과 발전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내부 경쟁이 아닌 글로벌 차원 경쟁이 필요하다”면서 “중국, 미국 등 규제 타파에 비해 한국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4차산업위윈회 '헬스케어특별위' 설치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국가 성장동력인 헬스케어 분야 산업 발전을 위해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통해 각종 규제 개선을 모색 중이다. 민간 전문위원과 관련 정부부처 합동으로 헬스케어 특위를 설치, 미래 비전과 과제를 논의해왔다.

중점 과제로 헬스케어 빅데이터 생산관리 시범체계 운영, 인공지능 활용 신약개발, 스마트 융·복합 의료기기 개발, 헬스케어 산업 혁신 생태계 조성 과제 도출 등이 꼽혔다.

헬스케어 특위는 민간 주도 정책 어젠다화, 추진동력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산업 현장 목소리와는 괴리가 있다. 정부는 데이터 주도 헬스케어 혁신, 맞춤형 정밀의료를 구현하겠다는 막연한 정책 밑그림만 그렸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 규제 강화로 헬스케어 산업 발전의 길은 막혔다. 일례로 미국도 앞서 나가는 DTC 유전자검사 등 산업 영역도 규제에 막혀 한걸음도 진보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큰 그림만 논의하고 산업 현장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산업 현장 목소리 반영한 규제 개선 필요

4차 산업혁명 시대 헬스케어 분야 영역 중 주목받는 융·복합 의료기기가 연이어 개발된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에서는 제품을 사용하는 대상이 병원, 의료진이 대다수다. 의료기기 시장 진입 문턱은 높다. 신기술이 시장에 진입해도 의사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 반영, 급여 반영이 되지 않을 경우 사용되지 못하고 시장에서 후퇴할 수밖에 없다. 국민이 의무 가입하는 현 단일보험체계 테두리 안에서 혁신의료기술이 발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대안 정책도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다. 선진입 후평가 방식도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 배성윤 인제대 교수는 “정부가 혁신기술 데이터를 확보한 업체에 대해 조건부 급여, 선진입 후평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시장 진입 기회를 먼저 준 뒤에 효과가 미비하면 재평가를 통해 급여 항목에서 퇴출시키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야 또 다른 혁신 기기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는 것이다. 유연하게 제도를 바꿔야 한다.

신약개발을 진행하는 제약·바이오산업은 제조업과 달리 위험 부담이 높고 예측불가능한 측면이 있다. 4차 산업혁명 특성 산업에 맞는 규제 시스템도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많은 비용이 투입되지만 성공 가능성도 낮다”면서 “개발 생태계가 원활하게 될 수 있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규제 그레이존 타파, 정부 '네거티브 방식'으로 혁신 이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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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기존 제조업 위주 방식의 제도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바이오·제약 등 헬스케어 분야는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며, 이를 위해서는 '혁신' 제도안이 시급합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우리나라 4차 산업 바이오·헬스 정책에 대해 “중국 등 다른 나라가 파격적으로 제도 혁신을 이루는 것에 비해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 중국이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힘입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는 사이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그는 DTC 산업 규제를 예로 들었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민간 유전자분석업체에 DTC 서비스를 허용했지만 검사 가능 항목에 제한을 뒀다. 피부 노화, 모발 굵기, 체질량지수 등 12개 항목과 관련된 46개 유전자만 검사할 수 있도록 했다. 특정 검사 항목만 허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방식' 규제의 전형이다. 미국, 영국, 중국 등 해외에서는 DTC산업을 키우기 위해 규제를 최소화한다. 미국에서 최근 기업가치 2조원에 달하는 회사로 주목받는 곳이 바로 DTC 산업을 이끌고 있는 유전체 기업 '23앤드미(23andMe)'다. 이 기업은 소비자가 99달러를 지불하면 유전자를 검사해서 자신이 취약한 병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계 500만명의 유전자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 부회장은 “미국 등 일부 기업이 유전체 정보를 획득해 시장을 선점하는 사이, 국내는 아직도 데이터 규제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헬스케어 발전을 위해서는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바이오산업에 있어 포지티브 규제가 사업 발전의 장애요인이 된다”면서 “기본 원칙이 준수된다는 전제 하에, 과감하게 네거티브(사후) 규제 시스템으로 전환해 산업 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젝트별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어 규제를 완화한 다음,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후 규제를 강화하는 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은 융·복합 의료기기 등 제품도 다량 개발된다. 이 부회장은 “융·복합 의료제품 등에 대한 규제 '그레이존(Grey zone:회색지대) 해소'를 의제로 해 정부가 제도 개선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 정부 활동 방향성도 제시했다. 이 부회장은 “정부 부처마다 위원회가 산재해 있지만 합의도출이 잘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면서 “바이오산업 선도를 동남아 국가에도 뺏길 우려까지 제기된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산업을 국가 핵심동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낡은 법안을 고치고, 범정부가 선제적으로 규제타파 등 큰 그림 '로드맵'을 실현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9 신년기획] 현장 목소리 빠진 4차산업 헬스케어, "정부 로드맵이 안 보인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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