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게임 속 은유가 만드는 인간 그리고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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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2016년 세간의 화제는 뭐니 뭐니 해도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AI) '알파고' 바둑 대결이었다. 기술 발전을 보여 줌과 동시에 AI가 인간을 또다시 뛰어넘었다는 두려움을 동시에 안겼다.

인지심리학은 인간 사고 작동 방식을 '메타 인지(meta-cognition)'를 통해 설명한다. 메타 인지는 간단하게 말하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이다.

컴퓨터와 AI가 아무리 방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연산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절대로 인간 능력을 모방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그것은 '모른다'는 판단을 기계는 인간처럼 빨리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계는 모든 정보를 검색한 다음에 비로소 “모른다”고 답할 수 있지만 사람은 처음부터 '모른다'라고 판단하고 다음 단계 행동으로 진전한다.

이 능력이 왜 중요한가. 바로 빛의 속도로 다음 행동을 결정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모르니 묻거나 찾아보거나 배워야 한다. 인간의 다음 행동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안다'보다 '모른다'는 판단에서 더 강하게 출발한다. 인간은 그 출발점에 서기까지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인간이 기계와 다른 것은 지혜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지혜는 어떤 문제 해결에 필요한 실마리를 새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 있는 다른 경험 또는 알고 있는 지식에서 찾을 수 있다.

지식을 지혜로 바꿔 주는 연결고리 과정을 유추라 한다. 유추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생각 방식이다. 문학 표현으로는 은유라 한다. 은유를 많이 경험하고 생각한 사람일수록 유추 능력이 뛰어나다. 인류는 은유 대부분을 독서에서 얻고 의존해 왔다. 특히 시가 은유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장르이다.

현대에 와서는 시 다음으로 게임이 은유를 많이 사용하는 매체다. 게임에 등장하는 수많은 캐릭터와 역할, 책략은 일상생활에서 문제를 풀어 가는 실마리가 되곤 한다.

은유가 인간을 성장시키는 첫 번째 이유는 자신의 한계를 제대로 알 수 있는 메타 인지 능력을 높여 주기 때문이다.

게임에는 자신이 예측한 결과와 조사한 결과의 편차를 보여 줄 수 있는 멘털 시뮬레이션이 있다. 유저는 게임을 하면서 끊임없이 많은 질문과 접하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생각의 방향성을 얻기도 한다.

게임은 메타 인지와 유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미 세상은 게임 요소를 통해 소통되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이던 우버 테크놀러지스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택시를 잡는 배차 서비스 '우버'로 큰 성공을 거뒀다.

손만 들면 거리에서 바로 부를 수 있는 택시에 비해 불편한 우버를 사용할 리 만무하다고 대부분 전문가들이 예상했다. 그러나 3개월 뒤 우버 서비스는 크게 성공했다. 성공 요인은 바로 게임 요소를 활용한 것이었다.

앱을 통해 마치 게임처럼 택시와 승객 거리를 보여 주고, 거리가 가까워짐을 그래픽 요소를 통해 보여 줬다. 우버는 세계 600여개 도시에 진출하며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거대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게임 요소로 사고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게임은 우리 삶 속에 흩어져 있는 지식을 지혜로 바꿀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지금 게임 중독 원인을 게임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속단한 채 자녀에게 게임과 절교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한 지도 방식이라 하기 어렵다.

아이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게임을 부모가 직접 찾아주는 열린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 여러 요소에서 게임화는 이미 큰 흐름이 됐다.

게임 문화 성장은 시대정신이고, 사회 시류다. 이러한 시류 속에서 우리 아이가 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올바른 게임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의무다.

김경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chairman@gamecultur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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