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45>젊은이 문화를 유통하는 그룹 '바이스 미디어'

인터넷과 스마트 기술 발달로 전통 미디어 산업은 어려움에 처했다. 신문과 방송은 인터넷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새로운 미디어에 고객의 눈과 귀를 빼앗기고 있다. 콘텐츠 원 제작자임에도 고객 친화형 유통 채널을 장악하고 있는 새로운 미디어에 광고를 넘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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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스미디어(Vice Media)는 글로벌 미디어 회사로, 유니콘 반열에 오른 기업이다. 젊은이에게 특화된 비디오를 유통하는 바이스닷컴, 텔레비전 프로덕션 스튜디오, 잡지, 음원, 출판사와 디지털 채널의 국제 네트워크를 갖춘 종합 미디어 회사다. 이 회사의 디지털 채널은 예술과 창의성에 특화된 크리에이터 프로젝트, 기술 분야 문화 경향을 보도하는 모더보드, 새로운 음악을 소개하는 노이지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밖에도 브로들리, 문치스, 썸 등 수많은 미디어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현재는 디지털 미디어와 방송회사로 볼 수 있다.

다양한 유통 채널과 콘텐츠 확장 과정에서 회사가 일관되게 추구하는 목표 시장은 밀레니엄 세대다. 바이스 미디어는 2013년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 1994년에 창업, 역사가 24년 됐다. 단기간에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기술 벤처형 스타트업과는 거리가 멀다.

회사는 1994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당시 출판물에 의해 다뤄지지 않는 음악, 예술, 마약 같은 새로운 문화 조류의 흐름을 전하기 위해 정부 지원을 받아 시작됐다. 몬트리올에서 이 같은 잡지가 탄생한 배경에는 당시 새로운 실험 음악그룹이 독립 음악사를 통해 음반을 발매, 새로운 문화를 주도하고 있었다. 주류 언론이나 매체가 잘 보도하지 못한 틈새시장을 노렸다. 이 잡지가 인기를 끌자 바이스매거진으로 이름을 바꿨고, 오늘의 바이스미디어 그룹이 됐다.

회사는 파키스탄 이민자 아들이자 여행 저널리스트, 영화제작자로서 세계 젊은이의 문화·영화·음악을 보도해 온 수루시 알비, 북한·이란·아프카니스탄·리비아 등 가기가 어려운 곳을 다니며 여행안내와 뉴스를 소개하고 에미상을 받은 저널리스트 샌 스미스, 작가이자 배우이면서 코미디언인 가빈 맥이니스 등 예술가 세 명이 공동 창업했다. 그들의 창업 자금은 예술가를 위한 정부의 복지 자금 일환이었다.

우리는 이들 사례를 통해 콘텐츠 사업 성공의 길을 배울 수 있다. 우선 콘텐츠 사업은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전문가, 즉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연을 통해 시연하고 유통하는 열정을 가진 전문가들이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들 창업자는 회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저널리스트, 영화제작사, 코미디언으로서 전문 직업인의 삶을 계속 이어 갔다. 각 분야의 열정이 대중 소비로 이어졌다.

두 번째 성공 요인은 캐나다에서 시작했지만 젊은 문화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는 미국 뉴욕으로 옮겨 글로벌 경쟁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조업이 아닌 창의성 사업은 위치에 의해 가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명품 시계는 스위스, 좋은 포도주는 프랑스, 패션은 이탈리아처럼 특정 지역이 상품의 권위와 품질의 브랜드 파워를 상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무리 디지털화되고 공간의 제약이 축소되는 세상이라 하더라도 특정 지역, 특정 클러스터의 브랜드 파워와 더 좋은 콘텐츠를 지속 가능하게 생산하는 생태계의 힘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새로운 문화와 예술의 사조를 탄생시키고 주류로 만드는 뉴욕의 힘을 이들은 믿었다.

세 번째 성공 요인은 기술 흐름을 적극 수용하고 과감한 인수합병(M&A)과 전략 협력관계를 확대해 온 것을 꼽을 수 있다. 하나의 거대한 우산 아래 수많은 브랜드를 만들고 자산과 협력회사의 유통채널을 통해 유통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바이스미디어의 유니콘 성공 사례는 우리나라의 한류를 바탕으로 한 기업이 장기로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과연 서울에 안주해서 글로벌 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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