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철 KAIST 총장이 해외 연구기관 부당 송금을 비롯해 자신을 겨냥한 각종 의혹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연구자의 연구 확대를 위한 것으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송금이 이뤄졌다고 피력했다.
신 총장은 4일 오후 KAIST 본관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재임 시 미국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LBNL) 국제 공동 연구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에 적극 반박했다.
신 총장은 LBNL의 첨단 엑스레이 현미경 센터인 'XM-1'의 장비 사용 권한을 제공받는 국제 공동연구 협약을 맺고도 거액의 추가 현금을 지원토록 해 이면계약·부당송금 의혹을 받고 있다. 총 지급액은 200만달러에 이른다.
이 밖에 자신의 제자 임 모 LBNL 박사를 둘러싼 인사 개입 의혹도 받고 있다.
신 총장은 LBNL에 대한 송금이 선한 의도에서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국제 공동연구 초기에 얼마 되지 않은 장비 활용 권한(빔 타임 권한)을 전체의 50%까지 확대하기 위해 돈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연간 장비 운영비의 약 12%를 지불하고 절반의 권한을 얻는 '유리한 조건'이라는 입장도 덧붙였다.
신 총장은 “DGIST 내 XM-1 활용을 확대하고 국내 연구자가 더 많이 첨단 장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돈을 지불한 것”이라면서 “적법한 절차를 걸쳐 송금했다. 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고려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진도 그 덕분에 장비를 활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일부 운영비 부담이 세계 연구계에 통용되는 관례이며, LBNL이 먼저 요구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인사 의혹에 대해서는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신 총장은 이번 사안이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 전반의 대학 자율권 문제라고 피력했다. 정부의 과도한 감사와 개입으로 대학의 연구 자율성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신 총장을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다. KAIST 이사회에 직무정지도 요청했다. KAIST 이사회는 오는 14일 해당 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신 총장은 “DGIST가 세계 수준 연구소와 유리한 조건으로 공동연구를 진행하는데 이해할 수 없는 일로 발목을 잡혔다”면서 “앞으로 누가 앞장서서 나가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신 총장은 이사회 결정사항과 관련해 “이사회에 신뢰가 있으면 당연히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