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위기의 자동차 협력사, 지켜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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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차 협력사 4곳 가운데 1곳은 이미 문을 닫았습니다. 내년에도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완성차 업계에 고무 부품을 납품하는 2차 부품 협력사 대표는 한숨을 내쉬었다. 공급 물량은 줄고, 원청의 납품 단가 인하 요구로 골머리가 썩을 지경이다. 인건비까지 오르면서 경영은 더 어렵게 됐다.

올해 현대·기아차 국내 생산은 약 5% 줄었다.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판매가 줄어든 데다 신흥국에서도 기대 이하 실적을 내고 있다. 한국지엠, 쌍용차, 르노삼성차도 부진하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와 철수설 여파는 물론 신차 부재로 올해 판매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내수에서 선전한 쌍용차도 수출이 줄면서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자동차 부품 협력사들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 공장 가동률 하락과 자금난으로 협력사 절반이 올해 적자로 돌아섰다. 완성차 업계가 흔들리면서 매출 대부분을 이들에 의존하는 1·2·3차 협력사들이 무너지고 있다. 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 두세 곳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3차 협력사들의 위기감은 더 크다. 원청에 전속계약 형태로 납품하는 국내 자동차 산업 특성 때문이다. 장기계약으로 안정된 수익 구조를 유지해 온 전속계약은 협력사의 독자 생존력을 잃게 했다.

업계에선 자동차 산업 생태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동차 산업이 무너지면 대규모 실업 대란이 불가피하다. 국내 완성차 5개사에 납품하는 1차 협력사는 851곳이다. 2·3차 협력사를 포함하면 8800여곳에 이른다.

경영난에 처한 자동차 부품 업계는 최근 정부에 3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요청했다. 협력사들은 은행권 대출 상환 연장과 시설투자, 연구개발(R&D) 분야 등에 긴급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업계 요청 사항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고 밝혔지만 한 달 넘도록 종합 대책은 감감무소식이다. 물론 자금 지원만이 능사는 아니다. 완성차 업계는 노조를 설득해서 고비용·저생산성이라는 구조 문제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 부품 업계도 대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친환경차, 자율주행차로 진화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에 맞춰 신기술을 확보하는 등 자생력을 길러야 할 때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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