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겹눈 구조를 모방해 넓은 시야각과 높은 분해능을 갖춘 초박형 디지털 카메라가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신성철)은 정기훈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팀이 '제노스 페키'의 눈 구조를 모사해 시야각을 넓히면서도 분해능을 높인 고성능 카메라를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곤충 눈은 평면이 아닌 곡면 형태여서 작은 크기로도 더 넓게 빛을 받아들인다. 다만 분해능이 떨어져 선명한 화질을 얻기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연구팀은 특별한 겹눈을 가진 곤충인 제노스 페키를 모방해 초박형 카메라에 넓은 광시야각과 높은 분해능을 모두 담는 데 성공했다. 곤충 눈은 생체 광학 구조인 '오마티디아'를 수백~수천 개 활용해 영상 하나를 얻는 반면 제노스 페키는 오마티디아마다 개별 영상을 만든다. 또 오마티디아 사이에 빛을 흡수하는 구조를 갖춰 영상 간 간섭도 일어나지 않는다.
연구팀은 이를 모방해 수십개 마이크로프리즘·마이크로렌즈 어레이를 구성했다. 각 어레이가 다른 방향을 보도록 하면서 채널 사이에 빛을 흡수하는 중합체를 만들었다. 채널별 획득 영상을 하나로 합치면 곡면 형태에서 분해능을 대폭 높일 수 있다. 분해능이 낮은 영상 여러 개를 더해 고화질 영상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통상 싱글렌즈 대비 시야각을 20% 이상 증가시키고 영상화질은 이론상 두 배로 높일 수 있게 됐다.
이미 보편화된 '초소형 정밀기계 기술(MEMS)' 공정을 활용해 양산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완성 카메라 크기는 2㎜에 불과하다.
정기훈 교수는 “초박형 카메라를 제작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며 “다양한 광학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