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IT산업에 대한 규제의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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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훈 연세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2013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요원 애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유럽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미국 정보 당국이 빅데이터 감시 프로젝트를 통해 유럽인 대상 개인정보 수집과 도·감청을 광범위하게 한 사실이 드러났다. 자국의 검색 엔진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없는 각국의 유럽인들은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구글과 페이스북의 서비스를 애용하고 미국 정보 당국은 유럽인 개인정보, 위치 정보, 사용 패턴 등 빅데이터를 마음대로 열람한 것이다.

중국·러시아·한국을 제외한 세계 검색 시장을 장악한 구글은 검색 기반으로 이메일(G메일), 동영상(유튜브), 애플리케이션(앱) 마켓(구글 플레이), 클라우드(G클라우드 플랫폼), 모바일 운용체계(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용자가 무엇을 검색하고 어느 사이트에 방문했는지, 스마트폰에 달린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해 어디로 이동했는지 등을 알 수 있다. 페이스북은 SNS뿐만 아니라 모바일 메신저 와츠앱을 통해 확보한 이용자 정보를 토대로 소셜광고 시장을 장악했고, 이는 곧 정보 독점과 데이터 주권 침탈로 이어졌다.

유럽연합(EU)은 지난 5월 정보 주권 문제를 계기로 미국 IT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시행했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 오히려 이들 IT 기업 매출이 두 자릿수로 오르는 정반대 현상으로 당황해 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3분기 매출은 137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상승했으며, 구글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3% 늘어난 290억달러 광고 매출을 기록했다. '독점'이 아닌 '복점'(2개 기업의 시장지배력 집중 현상)의 구글과 페이스북 시대인 것이다.

유럽의 대부분 디지털 광고 사업자들은 이용자 사전 동의 없이 광고 게재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없는 GDPR의 까다로운 조항을 감수할 수 없었다. 엄격한 법 적용에 대처할 수 있는 자국 IT 기업을 보호 및 육성하지 못해서 규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은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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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훈 연세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최근 금융위원회는 금융기관의 퍼블릭 클라우드 활용 범위를 기존 비중요 정보에서 개인 신용 정보 같은 민감한 정보까지 확대 적용하는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국내 업계 의견을 수렴했다. 새로운 법안은 당장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국내외 클라우드 시장의 70% 이상은 미국 IT 기업이 독차지하고 있으며, 곧 우리나라 주요 개인정보도 이들의 구름(클라우드) 위에 저장될 것이다.

쇄국주의 정책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편중된 정보를 잘 관리하는지 정부가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것이 문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보듯 매출액도 모르고 외국계 사업자 협조를 받아야만 적법한 세금을 받을 수 있는 지금 상황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유럽, 중국, 일본 등 선진국의 IT 정책은 외국계 기업 규제를 강화해 공정한 경쟁의 발판을 마련하고, 클라우드를 비롯한 자국 IT 플랫폼은 보호와 함께 육성하는 방향이다. 자국 데이터 주권에 대한 고찰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규제를 만들어서 기업을 잡는다거나 규제를 낮춰서 IT 산업을 활성화한다는 자세는 바꿔야 한다. 아직 초기이긴 하지만 유럽 GDPR의 실패 사례처럼 우리도 대형 마트의 영업시간 제한 규제 법안이 전통시장을 살리지도 못하고 이용자 불편만 초래했다. 규제란 만들기는 쉬워도 없애기는 어렵다.

황재훈 연세대 경영학부 교수 jwh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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