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성적뿐 아니라 팀 기여도까지 높으며 역대 최초로 40홈런을 넘어선 타자가 5명이 나왔다.
웰뱅톱랭킹은 KBS N SPORTS, 스포츠투아이㈜ 등이 공동 개발한 신개념 야구 평가시스템이다.
팀 승리에 선수가 미친 개별 영향력을 판단할 수 있다. 타율은 낮고 홈런만 많은 '공갈포' 타자, 세부 기록에 비해 승수 많은 선발투수, 평균자책점은 좋지만 기출루자 득점 허용이 많은 불펜투수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상황중요도(LI)에 따라 다른 배점이 매겨지기 때문에 클러치 능력이 좋은 선수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승리 기여도(WPA/Win Probability Added)가 최종점수에 합산되기 때문에 진짜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두산 김재환(44개), 넥센 박병호, KT 멜 로하스, SK 제이미 로맥(이상 43개)과 SK 한동민(41개)이 40홈런 고지를 밟았다. 홈런이 타자를 평가하는 절대 기준은 아니지만 매년 홈런왕이 MVP 후보로 빠지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지표인 것도 사실이다.
또한 이들은 다른 성적도 좋다. 타율이 가장 낮은 한동민이 0.284를 기록했다. 다른 네 타자는 모두 3할을 넘겼다. 전원 세 자릿수 타점을 기록하며 중심 타선 역할도 잘 해냈다.
삼성 다린 러프, 롯데 이대호와 전준우, 한화 제라드 호잉도 3할 타율-30홈런 이상을 기록하며 두루 좋은 지표를 기록했다. LG 김현수는 타격왕에 올랐다. 최고라는 수식어가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40홈런이라는 무기가 워낙 날카롭다.
5명 가운데는 어떻게 자웅을 가릴까. 웰뱅톱랭킹 타자 부문 시즌 최종점수(기본점수+승리기여도)는 1976.7점을 획득한 김재환이 1위를 기록했다. 기본점수(1530.8점)가 단연 1위다. 2위에 120.3점 앞섰다. 그는 3년 연속 300루타를 기록했다. 최초 기록이다. 기본점수에 다득점으로 산정되는 장타가 많다는 의미다. 결승타도 16개를 기록했다. 결승타는 성적별 점수에서 사이클링히트와 홈런 다음으로 배점이 높다.
기본점수는 2위는 로하스다. 1380.3점을 기록한 이대호가 뒤를 이었다. 그는 올 시즌 지난해보다 타율•홈런•타점•득점 등 모든 지표에서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러프와 호잉이 4위와 5위다.
최종점수 전체 2위는 박병호다. 1821.3점을 얻었다. 기본점수는 1295.2점이다. 전체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시즌 중 허벅지 부상을 당하며 한 달 넘게 결장한 탓에 누적되는 기록이 다른 타자보다 적다.
그러나 승리기여도는 526.1점을 얻으며 단연 1위에 올랐다. 2위 러프에 70.3점 앞섰다. 홈런, 타점 모두 그보다 더 많은 기록을 남긴 타자가 있다. 안타 1개를 쳐도 대체로 순도가 높았다고 볼 수 있다. 팀 승리에 직결되는 순간에 나온 것이다. LI가 높은 배점이 적용된 결과가 많았다.
웰뱅톱랭킹은 진짜 실력을 산정하는데 승리기여도를 포함했다. 실제로 주로 개인 성적이 반영되는 기본점수에서 14, 15위로 밀려 있는 김현수와 NC 나성범의 승리기여도 순위는 각각 9위와 8위다. 침체된 팀 타선에서 홀로 분투하며 기여한 점이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박병호도 비록 기본점수에선 상위권을 벗어났지만 팀의 순위 경쟁에 미친 영향력은 인정받았다. 김재환에 버금가는 존재감을 인정받을 만 하다. 두 선수의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투수 부문은 외인이 득세했다. 두산의 에이스로 거듭난 조쉬 린드블럼이 1779.1점을 기록하며 1위, LG 타일러 윌슨과 두산 세스 후랭코프가 뒤를 이었다.
국내 투수 가운데서는 세이브왕 정우람(한화)이 1326.7점을 기록하며 4위에 올라 자존심을 지켰다.
김은희 기자 (ke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