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안 시장 대만, '게임 한류'에 합류하기 위해 알아둬야 할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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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균 해피툭 부사장

판호 발급 중지로 수출길이 막힌 중국 대안 시장으로 대만이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게임 한류다. 엔씨소프트 '리니지M'은 대만 모바일 시장 규모 자체를 키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덩달아 한국 게임에 관한 관심이 켜졌다. 현재 대만 앱스토어 매출 상위 10위에는 한국 게임이 4개 이름을 올렸다.

대만 게임시장 규모는 세계 15위, 아시아 5위다. 한·중·일 문화 콘텐츠가 격돌하는 시장이다. 외산 게임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 진출이 용이하다. 신고만 하면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어 자체 진출도 할 수 있다.

김봉균 해피툭 부사장은 18일 인벤게임콘퍼런스에서 “대만은 해외 진출하기 좋은 조건을 갖춘 나라”라면서도 “독특한 정치·문화·역사 그리고 게임 이용자를 파악하지 못하면 고배를 마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피툭은 대만에 본사를 둔 PC온라인, 모바일 게임 퍼블리셔다.

대만은 전형적인 '부자나라, 가난한 국민' 국가다. 전자부품 산업이 융성하던 시절에는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릴 만큼 경기가 호황이었다. 현재도 대만 외화 보유액은 한국 25배에 달한다. 하지만 전자부품 산업이 2008년을 전후해 후퇴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글로벌 브랜드 없는 OEM 중심으로 재편됐다.

대만 정부는 전자산업 보호조치를 위해 인위적으로 물가상승률을 억제했다. 임금도 억제했다. 대졸 초임 기준으로 평균 1200만원 정도다.

대만에서는 이들을 벙스다이(崩世代)세대라 부른다. 일본 사토리세대, 한국 88만원세대와 같은 뜻이다. 주로 게임을 즐기는 층인 학생(49%)과 직장인(47%)이 포함된다. 팍팍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한다. 게임 콘텐츠 소비를 함으로써 사회적 압박을 해소하려고 한다. 게임이 탈출구 역할을 한다. 이런 이유로 대만 게임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게임 이용자들은 아이템을 구매하는데 거부감이 적다. 임금수준은 한국 대비 1/3수준이지만 아이템은 70~80% 수준으로 통상 책정한다. PvP(이용자간 전투)와 코스튬에 많은 투자를 한다. 소유욕과 과시욕이 강한 대만 게임 이용자 특성이 반영됐다.

대만 직장인은 가족과 함께 저녁을 준비하는 문화가 있다. 식사 후 일 1~2시간 플레이한다. 일 평균 플레이타임은 115분이다. 모바일게임에 월평균 1만4000원을 지불하고 있으며 PC온라인 게임에는 2만원을 소비한다. 구글 플레이대비 애플 앱스토어 결제율이 높다.

결제 수단은 선불카드가 많이 이용된다. 선불카드 시장은 '마이카드'와 '개쉬'가 92%를 차지하고 있다. 제휴를 통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법인세를 포함한 원천징수액은 20%다. 통신 인프라는 대체로 양호한 편이지만 끊기는 부분이 존재해 완전 실시간 게임은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대만 게임 산업 정책은 정권 영향을 많이 받는다. 대만을 양분하고 있는 본성인과 외성인 대립 때문이다.

청나라 시대 이주한 사람을 본성인이라 부른다. 이들은 반중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후 중화민국 국민당 시절 섬으로 온 사람들을 외성인이라고 칭한다. 친중 성향이 있다. 일제 식민지배 이후 외성인은 본성인을 심하게 탄합했다. 타이페이시내에서만 2만5000명을 학살하는 일도 있었다. 때문에 본성인은 차라리 식민지 시절이 좋았다며 반중·친일 성향을 가지게 됐다.

현재 정권은 본성인이 잡고 있다. 그래서 중국계 IP나 중국 개발사 작품은 신고가 아닌 허가를 받아야 한다. 넷이즈 '음양사'는 허가받지 않고 서비스하려다가 모든 앱 장터에서 강제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대만은 대륙법계 엄벌주의 국가다. 게임 규제가 심하지는 않지만 법률을 어기면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 특히 소비자 보호법이 매우 강력하다. 소비자 권익보호 중심 법리로 해석한다. '네트워크 연결 게임 서비스 표준약관'을 반드시 사전에 검토해야 서비스에 지장이 없다.

모객을 위해서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치, 인스타그램이 많이 활용된다. 시장 80%를 점유하고 있는 게임 전문 매체 '바하무트'를 통해 정보가 유통된다. 페이스북은 1900만명이 사용한다. 대만 인구는 2358만 명이다. 페이스북 팬 페이지로 고객과 소통을 하고 채팅을 통해 고객서비스(CS) 응대까지 한다.

김 부사장은 “대만은 자생 문화 콘텐츠 경쟁력이 부족하다. 게임 산업도 마찬가지”라며 “아이템 구매에 거부감 없는 이용자, 예능, 드라마, 게임 등 한국문화에 높은 관심이 결합해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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