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프랑스 방문 중 수소전기차(FCEV)의 수소 충전 시연을 참관한 것을 계기로 국내 인프라 현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자연스러운 수소 셀프 충전이 국내에서는 불법이다. 국내 FCEV 보급 확대를 위해 관련 규제를 타파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1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 내외가 방문한 수소충전소는 파리 도심 알마광장에서 가스업체 '에어 리퀴드'가 운영하는 곳이다.
충전은 현지 투싼 FCEV 택시의 운전사가 직접 시연했는데, 이는 운전자의 '셀프 수소 충전'이 불법인 국내 상황과 대조된다. 국내에서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따라 수소충전소에 고용된 인원만이 직접 충전을 할 수 있고, 안전책임관리자가 충전소에 반드시 상주해야 한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은 일정 시간의 안전교육을 이수한 운전자라면 누구나 수소차 충전이 가능하다. 일부 국가에서는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한 중앙관제를 통해 안전사항을 관리 감독할 수 있다.
FCEV 개발을 주도하는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업계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FCEV 양산에 성공했음에도 수소 충전 인프라에 대한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을 꾸준히 해왔다.
정부가 2022년까지 FCEV 1만5000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나 수소충전소에 대한 규제 개혁 없이는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까다로운 수소충전소 설치 기준 때문에 첫 과정인 부지 확보부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한다.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유치원, 대학 등 학교 부지로부터 200m 이내의 부지에는 수소충전소 설치가 어렵다. 또 전용주거지역, 상업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등에는 수소충전소 설치가 불가능하며, 철도안전법에서도 철도보호지구의 경계로부터 30m 이내에는 수소충전소 입지를 제한하고 있다.
수소충전소와 보호시설 등에 5∼17m 이격거리를 두도록 한 규제는 최근 통과된 특례를 통해 12㎝ 두께의 방호벽을 설치할 경우 거리 제한을 두지 않도록 개선됐지만, 여전히 충전소 설립을 제한하는 각종 규제가 많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해외의 경우 수소충전소에 대한 규제 철폐와 함께 주로 도심 안쪽에 충전소가 계속해서 들어서는 추세다.
일례로 지난 2015년 설치된 일본 이와타니 수소충전소 시바코엔역 지점은 반경 3㎞ 이내에 긴자, 국회의사당 및 정부청사가 있다. 문 대통령이 방문한 에어 리퀴드사의 수소충전소 역시 에펠탑이 바로 보일 정도로 프랑스 최대 도심 내 위치했다.
업계에서는 수소충전소에만 유독 엄격한 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에 대한 완화도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CNG(압축천연가스)나 LPG(액화석유가스) 충전소의 안전관리책임자는 안전관리자 양성교육이나 충전시설 안전관리자 양성교육을 이수하면 설립 자격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수소충전소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따라 가스기능사 자격증을 획득한 경우에만 안전관리책임자 자격을 얻는다.
아직 수소충전소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의 의식 변화를 정부와 업계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차와 수소충전소에는 안전성을 확보하는 기술이 수많은 시험 검증을 통해 마련돼있다”며 “또 수소가 노출될 경우 공기보다 14배가량 가벼우므로 가솔린, 디젤, LPG처럼 특정 공간에 축적되지 않고 신속하게 공기 중으로 사라져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