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84>상생이 공유경제를 견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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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골공항에 갈 수가 없어요.” 5년 전 OECD 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려는 시간에 승차공유서비스 우버의 프랑스 진출을 거부하는 택시기사 시위로 곤란을 겪은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도 지금 “공유경제의 미래를 위해 카풀 서비스는 활성화돼야 한다”는 주장과 “택시 종사자의 생존권이 우려된다”는 걱정의 소리가 격렬하게 맞서고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서비스'와 쏘카의 승차공유서비스 '타다'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한쪽 손을 들어 주기 부담스러워 먼 산 바라보듯 한다. 심지어 부처 의견이 엇갈리기도 하고, 전문가 주장도 제각기다. 비록 이해 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도 정부와 카카오, 택시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풀어야 할 숙제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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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전자상거래 활성화의 가장 큰 적은 오프라인 매장이었다. 책, 화장품, 의류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 판매는 대리점 반대에 부닥쳤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느라 아마존 등 외국 전자상거래 업체의 비상을 부러워해야만 했다. 전자상거래가 독식하는 미래를 알면서도 '생계'라는 현실이 발목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고삐를 푼 전자상거래는 날개를 달았고, 생존한 오프라인 매장은 전자상거래를 조기 도입하고 변신에 성공한 일부였다.

쏘카가 출시한 '타자'나 카카오가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해 추진하고 있는 '카풀'도 다르지 않다. 공유경제가 새로운 흐름인 것은 인정하지만 현실이 녹록하지 않다. 이미 건설된 도시를 철거하고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기 때문이다. 미국 보스턴의 거리가 아직도 미로인 것에 반해 화재로 재건설된 시카고 도로가 반듯한 것과 비교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파격 수준의 변신이 아니고선 새로운 미래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공유경제가 대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생계를 걱정하는 택시업계 주장도 무시할 수 없다. 저소득층이 대부분인 택시업 종사자에게 미래를 위해 양보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다. 상생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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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시행을 늦추거나 부분 적용으로 충격을 완화하자고 말한다. 답이 아니다. 충격 완화는 우선 시작하고 보자는 핑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차량이나 승차 공유를 전격 허용하고, 택시업 종사자가 공유 서비스에 적극 참여하도록 길을 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참여하는 택시에 우선권을 부여하거나 요금 차액을 정부가 보전해 주는 방법 등을 검토할 수 있다. 택시업 종사자가 공유 서비스 관련 일자리로 전환하는 경우 지원하는 방법도 있다. 일하지 않는 사람도 지원하는 정부가 4차 산업혁명 도입으로 일자리에 위협받는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정부 지원이 전부는 아니다. 카카오와 쏘카 등 공유경제를 시도하는 기업은 무늬만 공유가 아니라 이익과 혜택을 실제로 공유하는 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으로 생성되는 잉여 가치를 생계를 위협받는 택시업 종사자를 위해 공유하면 미래가 보인다. 눈앞에 나타나는 신기루에 몰입하기보다 멀리 보는 지혜다. 앞으로 창출될 다양한 공유경제 서비스는 이해 관계자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관심과 참여로 성공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카카오의 카풀과 쏘카의 타자를 계기로 공유경제 서비스가 우리나라에 안착하는 방법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기존의 도시를 헐고 새 도시를 건설하는 일은 어렵다. 상생이 미래를 견인하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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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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