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암호화폐시장, 오버행과 패닉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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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투자자들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 증권사 선물옵션 트레이더 및 블록체인 분야에서 일한 경험으로 비춰볼 때 이러한 이더리움 가격 하락의 배경은 수급 측면, 즉 무한 오버행 이슈와 패닉 셀링과 관련이 있다.

오버행이란 주식시장에서 미래에 나올 수 있는 잠재성 매도 물량을 뜻하는 말로, 통상 주가 악재로 작용한다. 만약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A사의 주식 가격이 100원이고 신규 사업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시장가에서 20% 할인된 80원에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론상 '현재가(100원)-신주발행가(80원)=주당 20원 수익'이라는 계산이 나오지만 실제 유상증자 참여 시 당장 차익 시현은 불가능하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일정 기간 매도를 하지 못하도록 보호예수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명확한 호재 및 영업이익 상승 이슈가 없다면 보호예수가 풀리는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A사 주가는 80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수렴 또는 희석될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의 오버행 이슈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암호화폐공개(ICO)를 진행한 B사의 시가 총액이 500억원이라고 가정하자. 이 가운데 300억원은 공모나 사모를 통해 암호화폐(비트코인, 이더리움 등)를 통해 조달하고 나머지 200억원어치는 향후 사업 확장 및 특수 목적(자사 보유, 파트너사, 팀원, 어드바이저 등에 배정)을 위해 자체 발행, 보유한다. 암호화폐를 받고 교환한 300억원은 시간차를 두고 시장에 나오게 될 잠재성 매도 물량이다. B사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량의 이더리움을 매도하게 되면 당연히 이더리움 가격은 크게 하방 압력을 받게 된다. 또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암호화폐 시장은 동요하게 되고, 이더리움 가격은 하락한다. 많은 ICO 프로젝트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패닉셀링으로 이어지게 되면 가격 하락은 더욱 가속될 수밖에 없다.

나머지 200억원어치의 자체 보유 물량 역시 유상증자의 보호예수처럼 일정 기간 거래가 불가능하도록 로크업 등 다양한 장치가 마련되지만 궁극으로 언젠가 시장에서 거래될 잠재성 매도 물량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이더리움으로 ICO를 진행하는 회사가 많아질수록 이더리움은 무한 오버행 이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이더리움 기반으로 ICO를 진행하는 회사는 사모 단계에서 이더리움을 제외한 비트코인, 리플, 비트코인캐시 등 기초통화 2~3개를 선정해 ICO를 진행해야 한다. 이 경우 보유한 암호화폐 포트폴리오를 분산시킬 수 있으며, 특정 암호화폐의 가격 하락 시 자동 헤징(위험 분산)이 가능해진다. 공모 단계에서 ERC20 기반(이더리움)으로 토큰 세일즈를 하면 이더리움을 자동 보유하게 된다. 이를 통해 이더리움 보유량을 최소화하고 앞으로 1~2년 동안 보유하게 될 암호화폐를 분산시킴으로써 미래에 특정 암호화폐 가치가 급락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결국 암호화폐 시장 성공의 열쇠는 ICO를 진행한 회사와 창업자, 프로젝트 팀의 능력 및 도덕성에 달렸다. 앞으로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100개 가운데 9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며, 그에 따르는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창업자와 투자자 모두 ICO를 통한 대박의 꿈보다 먼저 시장을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고, 잠재성 리스크에 대한 솔직한 소통이 필요한 이유다.

서한석 직토 공동대표 david@zik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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