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불문, IT공감경영/ “기업성장, 진짜 멘토가 절실하다”

Photo Image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자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는 전쟁에 나가며 자신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친구 멘토(Mentor)에게 맡겼고, 친구는 아버지로서, 스승으로, 조언자로 그 아들을 훌륭하게 성장시킨다. 텔레마코스도 멘토를 얼마나 의지했던지 위험에 처한 그에게 도움을 주려는 아테나 여신또한 멘토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런 유래로 우리가 말하는 멘토는 지식만을 전달하는 이가 아니라 때로는 부모로 때로는 친구로 인생의 조력자로 그 역할을 하는 평생의 스승이며 멘티가 방향을 잡을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이가 되었다.

오늘날 창업시장은 말그대로 총성 없는 전쟁터다. 창업자의 업무시간은 하루 24시간이며 먹고 이동하고 심지어 자면서도 기업이 마주한 문제해결과 성장이라는 단 하나의 생각에 빠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결말은 폐업이며 그 중 대부분은 비극으로 막을 내린다.

창업과 기업 성장을 위한 멘토가 넘쳐난다. 정부에서는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을 위한 멘토의 지원 예산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돈인 기업은 비용의 자부담을 높여서라도 답을 원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고객이라 할 수 있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멘토링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멘토의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매번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작은 기업의 대표들에게 이들의 말 한마디는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고 이런 경험이 쌓여 불신이 조장된다. 멘토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공짜라고 인식된 멘토링을 성의없이 받거나 불신의 눈빛을 만나게 되면 의욕이 꺾이고 자괴감이 드는 일이 다반사 벌어진다. 이쯤 되면 멘토링이 누구를 위한 시장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필자가 만나 본 멘토에는 두가지 부류가 있다. 하나가 그냥 멘토이고, 다른 하나는 일류 멘토다. 전자가 단순 비판만 한다면 다른 이는 대안을 제시하거나 답을 주고, 그도 아니라면 깨달음을 위한 그 순간 가장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후자의 멘토가 아니라면 자나깨나 그 일만 고민하는 기업대표에게 멘토란 오히려 거추장스로운 존재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다.

멘토링의 기본은 커스터마이징이다.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기업에 공감하고 그가 처한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더 나아가 기업대표가 현실적인 대안을 내고 답을 찾기까지 이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간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밑바닥 고민까지 드러낼 수 있을 때 해결을 실마리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지켜본 성공적인 멘토링 중 기업이 만족하는 경우는 단순한 문제해결이 아니라 아이템 및 사업계획, 또는 사업성 검증에 대한 것일 때가 많다. 처음 생각과 달리 멘토링을 받겠다고 하는 아이템의 내용은 기업 대표의 믿음일 뿐 생각하는 시장이 없거나 경쟁력 없는 경우가 태반이고, 이를 멘토링 받으며 놓치고 있는 부분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을 때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사업계획 또한 생각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많은 장애물이 놓여있는데 작은 기업일수록 그 고비마다 챙겨야 할 것들을 모두 돌볼 수 없으며 뒤늦게 빠진 걸 알았을 때는 이미 중요한 시기를 놓친 경우가 많다. 누군가 그 때 이야기 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적재적소에 이를 보완할 때 성공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마주한 문제에 대해 전문가의 시각에서 위험을 차단해 주는 스킬이 필요하다. 예방함으로써 기회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멘토링 사업은 이를 지원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지원금으로 창업을 유도한 후 단순히 ‘잘해보세요’가 아니라 그 돈이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진짜 전문가들을 모아 놓고 심도 있는 점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하는 진부한 표현들에 앞서 정부가 실질적으로 중소기업 육성을 지원하려면 이런 부분을 배려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효과적일 것이다.

리더들은 고독하다. 도움은커녕 그 누구에게라도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고 의논할 만한 상대조차 찾기 힘들다. 중요한 순간 행방불명된 오디세우스를 찾아 떠나야만 했던 텔레마코스에게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용기를 주고 판단할 수 있는 지혜를 주는 이가 멘토였다. 지금 매일 벼랑에 서있는 우리 기업 대표들을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스승이자 친구, 조언자 역할을 할 만한 멘토는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멘토 역량에 대한 제고와 이들을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Photo Image

필자소개 : 차은정

이케이허브 대표/ 경영지도사
중앙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MBA)
부산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정평경영컨설팅 협동조합 대표 컨설턴트 평가위원(TIPA, KEIT, IITP, KOCCA)
글로벌 상용소프트웨어 백서 총괄위원(IITP)
前 에스제이나인 대표
前 현대투자신탁증권(現 한화투자신탁증권)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