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표준으로 4차 산업혁명을 '업그레이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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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형 CCTV가 하늘을 누비며 날아다니는 가운데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린다.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체내에 이식한 트랜스휴먼이 활보한다. 영화 '업그레이드'가 보여 주는 세상은 머지않아 우리가 맞게 될 미래의 모습이다.

실제로 자율주행차의 경우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가 첨단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정부도 연구개발(R&D) 지원, 융합형 인재 양성, 표준 개발, 법·제도 개선 등 혁신 기술·제품 시장 출시를 위해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반면에 해킹에 의해 작동 오류를 일으키는 자율주행차, 인간을 기만하는 AI 시스템, 윤리와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첨단 기술 악용이 우리 사회를 디스토피아로 만들 수도 있다는 영화 속 경고 또한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하면 우리는 다양한 도전 과제에 직면할 것이다. 로봇과 AI는 인간의 일자리를 점차 대체하게 될 것이다. 3D프린팅 기술은 개인이 가정에서 제품을 자유롭게 생산할 수 있게 해 주지만 제품 안전과 품질 관리, 저작권·지식재산권 침해, 위해 제품 관리 측면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상생활 속 모든 시스템이 수많은 기기와 디지털 방식으로 연결되는 만큼 데이터 보안성이 취약한 시스템에서는 해커 공격에 의해 상상 이상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쯤 되면 4차 산업혁명이 경계 대상이 되고 인류의 안전한 삶을 위해서는 기술 혁신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강력한 규제 또한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기술 혁신을 촉진하면서도 혁신 기술이 야기할 수 있는 각종 부작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있다.

바로 '표준'이다. 예를 들어 데이터 보안 표준은 개인정보, 국가기밀 등 중요 데이터를 해커 침입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기준이 된다. 로봇 안전 표준은 인체 위해 가능성을 급격히 감소시키는 로봇 스펙을 제공함으로써 인간이 좀 더 쉽고 안전하게 로봇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세계 3대 국제표준화기구인 ISO, IEC, ITU는 올해로 48회째를 맞이하는 '세계 표준의 날'의 주제를 '4차 산업혁명과 국제표준'으로 정했다. 표준은 호환성, 안정성, 상호 운용성을 보장하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생하는 사회·기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중국 톈진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형 사회 구축'이라는 주제로 42개국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2018년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세계 각국 지도자는 '혁신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글로벌 협업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원칙과 국제표준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문제는 단일 기업, 단일 국가 차원에서 대응하기에는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로 발전되고 있다는 사실에 동의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율주행기술, 차세대 반도체, 5G 통신,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핵심 기술 영역에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표준은 혁신 기술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고, 혁신 기술이 현실 사회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고 효율 높게 작동하도록 만들어 준다. 우리의 미래는 표준을 통해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mocie530@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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