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정부 주도 보급을 본격화한 인도 전기차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한다. 내년 상반기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EV)' 1000대를 현지에서 생산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년 7월 판매를 목표로 코나 일렉트릭 인도 출시를 준비 중이다. 현대차가 인도에 전기차를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시 첫해 생산 물량은 1000대 수준으로 잡았다. 판매 추세에 따라 물량 공급을 조정해 나갈 계획이다.
코나 일렉트릭은 국내에서 반조립제품(CKD) 방식으로 수출, 현대차 인도 생산거점인 첸나이공장에서 최종 완제품으로 조립해 판매한다. 최대 60%에 달하는 인도 정부의 수입차 고관세 정책을 피하고 현지 생산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인도 정부는 최근 전기차 보급 정책 2단계(2018~2022년)를 발표하면서 구매 보조금을 기존 80억루피(약 1220억원)보다 7배 가까이 상향한 550억루피(약 8420억원)로 늘리기로 했다. 보조금 지급 대상도 기존 이륜차와 삼륜차에서 사륜차까지 확대하면서 택시, 버스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 보급을 앞당길 계획이다.
현대차는 인도를 공략할 첫 전기차로 코나 일렉트릭을 선정했다. 현지 소비자의 SUV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코나 일렉트릭은 올해 발표한 신형 전기차로, 고효율 구동모터와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에 406㎞(64㎾h 배터리 기준)를 달릴 수 있다.
현대차는 아직 충전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은 현지 상황을 고려해 코나 일렉트릭 구매 고객에 가정용 충전기를 지원할 예정이다. 현지 업계는 코나 일렉트릭 가격을 250만~300만루피(약 3800만~4600만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2020년 일본을 제치고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13억 인구를 보유하고 있지만, 자동차 보급률은 1000명당 32대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으로 평가된다.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현지 2위 업체인 현대차는 글로벌 최대 판매 거점이던 미국과 중국이 잇달아 부진에 빠지면서 인도를 신흥 전략 요충지로 삼기 위해 신차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현지 진출 20년을 맞은 현대차는 인도를 제2의 중국 시장으로 보고 2020년까지 전략형 신차 개발과 인프라 확충 등에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를 투자, 총 9개 신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기아자동차도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인도에 건립 중인 연산 30만대 규모 아난타푸르공장에서 2021년부터 전기차를 현지 생산해 판매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정부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강화한 2단계 보급 정책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완성차, 배터리 업체들이 현지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