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연구개발 신설 법인 분할을 강행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노사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사측은 글로벌 제품 개발 경쟁력을 높여 한국 법인 위상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노조 측은 공장 분할 매각이나 철수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지난 4일 비공개 이사회를 열어 인천 부평 본사 내 엔지니어링센터와 디자인센터, 연구개발 시설 등을 묶어 신설 법인으로 분할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한국지엠은 19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안건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신설 법인 설립은 올해 7월 발표한 경영 정상화 계획의 일환이다”면서 “연구개발 부문 법인 설립은 한국지엠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글로벌 본사가 인정하는 것으로 신규 투자와 고용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차 개발 업무 수행을 위해 100명의 엔지니어를 채용하는 등 한국지엠 전체 연구개발 인력을 3000명 이상으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노조 측은 법인 분할을 강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군산공장이나 호주 홀덴공장 폐쇄 사례처럼 향후 분할매각이나 철수 등 먹튀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노조 측은 “법인 분리 시 연구개발 부문이 본사 산하로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법인 분리를 막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달 사측에 특별단체교섭을 요청했다. 특별단체교섭은 매년 이뤄지는 임금 및 단체 교섭 외에 고용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할 경우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사측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하기로 했다. 중노위에서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파업 등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할 경우 올해 초 철수설로 촉발된 노사 갈등이 다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측이 추진하려는 법인 분할이 최종 승인되려면 많은 난관이 남았다. 먼저 19일 주총을 거쳐야 한다. 다만 2대 주주 산업은행이 인천지방법원에 주총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예정된 날짜에 주총이 개최될 수 있을 지 아직 미지수다. 산은은 한국지엠 신설 법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어 찬성이나 반대 입장을 정하지 않았지만, 일방적인 추진은 막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한국지엠 법인 분할안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번 국감에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과 이동걸 산은 회장이 나란히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최종 부사장과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지엠 지부장도 각각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