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동의의결제가 계속된 '관리부실', '활용미흡' 지적에도 개선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관리부실 문제 해결을 위해 마련하기로 한 검증 장치는 1년째 진척이 없고, 세부 방안을 두고 국회와 공정위 간 의견도 엇갈린다. 동의의결 신청이 연간 1~2건에 불과할 정도로 제도 활용이 저조하지만 활성화 방안 마련은 첫 걸음도 못 뗐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고려해 동의의결제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들이 수차례 동의의결제 관리부실 문제를 지적했지만 지난 1년 동안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동의의결제는 공정위가 법 위반 혐의가 있는 기업의 위법성을 가리지 않는 대신, 기업 스스로 자진시정·피해보상을 이행하는 제도다. 신속한 피해 구제를 목표로 2011년 도입했다.
작년 공정위 국감에서 정무위는 SAP, 네이버, 이동통신 3사 등 사례를 들며 관리부실을 지적했다. 기업이 추진하는 자진시정·피해보상 방안이 미약하고, 수년에 걸쳐 이뤄지는 이행을 공정위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 한다는 평가다. 이에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사전·사후 (검증) 장치를 갖추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도 검증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다.
국회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증위원회' 설치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동의의결 관리 주체를 일원화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공정위와 외부 검증위가 각각 동의의결을 관리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신 공정위는 관련 규칙을 개정, 동의의결 사건 특성에 따라 전문가를 이행감독 위원으로 위촉하는 방안을 내놨다.
공정위 관계자는 “발의된 법안 처리 여부는 국회 고유 권한이라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다만 공정위 자체적으로 규칙 개정 작업은 진행 중이다. 조만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의의결제 활용 활성화와 관련해선 마땅한 대안도 없다.
동의의결제는 2011년 11월 도입됐지만 거의 3년이 지난 2014년 3월에야 첫 적용 사례가 나왔다. 2014년 총 5건 동의의결 신청이 이뤄져 활용이 '반짝' 증가했다. 그러나 이듬해부터는 동의의결 신청이 연간 1~2건에 그쳤다.
동의의결 신청이 저조한 이유로 '면죄부 논란'과 '잦은 기각 결정'이 꼽힌다.
그동안 동의의결을 이행한 기업 대부분이 “법을 어겼는데 면죄부를 받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공정위는 최근 2년간 이뤄진 총 4건 동의의결 신청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의의결 신청이 기각되면 해당 사안은 정식 사건으로 심의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동의의결을 신청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위법성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공정위 기각 결정이 잦은 상황에서 동의의결 신청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과정에서도 동의의결제 활성화가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개편 특별위원회가 “활성화가 필요하지만 대안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공정위는 개정안에서 관련 내용을 제외했다. 공정위는 동의의결제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구체 계획을 준비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동의의결 사건은 자주 구설수에 올라 공정위 내에서도 서로 '맡기 싫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라며 “미국 등 사례를 고려해 동의의결제 전반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