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국에 '비핵화 상응 조치' 촉구…폼페이오 평양 방문서 판가름 전망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기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 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의 우선순위를 놓고 부딪치는 형국이다. 조만간 이뤄질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평양 방문 담판,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북미간 실무협상에서 '빅딜'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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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외무상은 지난 2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UN)총회 연설에서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확고하지만, 이는 미국이 우리에게 신뢰감을 갖게 해야만 실현이 가능하다”며 미국의 '상응 조치'를 촉구했다. 이어 “미국에 대한 신뢰 없이 우리 국가의 안전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으며,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리 외무상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핵 보유는 정정당당한 자위적 조치'라고 강조한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메시지다. 리 외무상은 확고부동한 비핵화 의지를 밝히면서도 북미간 70년 적대관계를 청산하기 위한 불신 해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보여준 그간의 비핵화 노력에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북미 동시행동 원칙'을 촉구했다. 또 '신뢰 구축' 조치로 종전선언을 비핵화의 선행조건으로 거듭 요구했다.

그는 대북제재와 관련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리 외무상은 “우리는 미국의 상응한 화답을 보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은 우리에게 '선(先)비핵화'만을 요구하고 있고 제재 압박 도수를 높이고 있다”며 “경제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의 망상에 불과하지만, 제재가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두 나라간 신뢰 조성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교착 상태를 이어오던 북미간 비핵화 대화가 새로운 전기를 맞은 가운데 리 외무상의 이 같은 공개 요구는 비핵화 실행 조치와 종전선언 간 '빅딜'을 놓고 초기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싸움이 본격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협상이 장기전으로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북미 간에 상당한 물밑협상이 전개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비핵화 협상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도 지난 26일 리 외무상과의 회동 직후 “매우 긍정적 만남”이라 평가한 바 있다.

리 외무상의 공개 요구에 미국이 어떤 답을 내놓을 지가 최대 관건이다. 이에 대한 답은 폼페이오 장관의 4차 평양 방북,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실무협상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언론들은 리 외무상 발언을 긴급뉴스로 신속 보도했다. AP통신은 “경계하는 미국으로 하여금 공식적인 종전선언에 합의하도록 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은 “리 외무상은 신뢰 구축을 위한 미국의 양보가 없다면 비핵화를 안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BS뉴스, NBC뉴스 등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과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등 북미간 비핵화 협상 재개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북한이 밀리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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