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인수합병(M&A) 가능성은 2년 전 SK텔레콤-CJ헬로 인수 추진 당시보다 높아졌다. 시장 상황이나 제도 등에서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플랫폼 경쟁력 측면에서는 케이블TV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케이블TV 매출은 2016년 2조1692억원으로 2조4277억원을 기록한 IPTV에 사상 처음으로 뒤처졌다. 2017년 11월에는 가입자(1409만7123명) 마저 IPTV(1422만281명)에 추월당했다.
플랫폼 간 경쟁력 격차는 지난해보다 커졌을 공산이 크다. 딜라이브는 공개 매각을 추진하면서 케이블TV 출구전략이 본격화됐음을 알렸다. 2년 전보다 케이블TV의 M&A나 매각 욕구가 높아졌다.
국내에서도 유튜브, 네이버TV, 옥수수 같은 온라인 동영상(OTT) 서비스 성장세가 빨라지고 있다. 유료방송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잠재적인 '코드커팅' 요소라는 우려가 크다. 여기에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업체의 국내 진출 확산에 대비, 유료방송 시장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합산규제가 일몰됐다. 이론상 KT가 위성방송사업자인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가입자 점유율을 100%까지 늘릴 수 있게 됐다. 합산규제 연장 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국회통과는 미지수다.
일몰 직전까지 제대로 된 논의 한 번 이뤄진 적이 없었다. 합산규제 도입 시 적극적으로 찬성했던 경쟁사도 연장에 대해선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매각을 원하는 케이블TV라면 합산규제 연장에 찬성할 이유가 없다.
합산규제가 KT를 겨냥했다면 일몰이 시장 전체 M&A를 가속화시키는 트리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최대주주 변경인가, 최다액 출자자 변경승인, 기업결합심사 등 M&A 관련 법 규정은 달라진 게 없다. 가령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한다면 여전히 권역별 경쟁제한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SK텔레콤-CJ헬로 M&A 불허 당시 케이블TV의 자발적 구조조정, 방송통신시장 발전을 가로막는 행위라는 비판이 있었던 만큼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란 전망도 많다.
통신사 임원은 “공정위가 M&A를 승인하고 싶어도 2년 전과 비교해 아무것도 변한 게 없으면 승인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시장 상황 변화, 합산규제 일몰 등 환경이 달라진 만큼 M&A 허가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