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빅스비, OK 구글, 시리야' 등 인공지능(AI) 스피커로 일상생활 깊이 들어온 AI가 미래 일자리 풍속도를 바꿔놓을 전망이다. 단순·반복 업무는 AI에 맡기고 사람은 전문 일에 투입된다. AI로 검증·기획·법률 등 직무별, 산업별 융·복합 직군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SW업계 관계자는 “과거 자동차 등장과 보편화로 마부라는 직업은 사라졌지만 자동차 제조나 정비·수리, 연구개발(R&D)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다”면서 “AI 활성화로 산업 전반에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AI와 서비스 융·복합으로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최적화부터 분석까지 AI 전문가 필요
AI 기술에 대한 사회 관심도 상승과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활용범위가 확대되면서 전문화된 직업군이 새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유망 일자리는 다양한 산업과의 융합과 기존 SW 직업에 AI 전문성을 합쳐지는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SW정책연구소에 따르면 AI 분야 유망 직업은 전문가와 분석가가 대부분이다. 기업 운영을 간단하고 간소화할 수 있는 AI 방법론을 설계하는 '단순화 전문가'와 AI 솔루션 최적화 업무를 맡을 'AI 최적화 엔지니어'가 필요하다.
개발직군에는 사람 음성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음성 인식 SW 개발자'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 솔루션에 AI를 도입하기 위한 컨설팅 업무를 맡을 '인공지능 컨설턴트'도 유망 직종으로 꼽혔다.
양자 기계학습 분석가와 유전적 다양성 분석가도 양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자 정보 처리 분야에 기계학습 기술을 도입해 차세대 분석 솔루션을 연구하고 개발하며 헬스케어 데이터 기반 개인 유전적 성질을 분석하는 솔루션 개발 수요가 있다.
AI 기술 고도화가 이뤄질수록 신규 직무도 생겨난다. AI는 사진과 영상·문서 등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분야부터 시작해 앞으로 음성, 번역, 자연어 처리 등으로 서비스 개발 수요가 확대된다.
딥러닝 기반 이미지 인식 관련 응용 솔루션을 개발하는 '이미지 분석 전문가'나 다양한 국가 언어를 분석해 목적에 부합하는 문맥으로 번역하는 '자연어 분석 전문가' 등이 등장해 AI 전문영역을 선도한다.
◇시장 커지면 AI 전문변호사·감독관도 필요
AI 시장이 커지면 기술 외적 전문직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 법조인과 관리인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기술 적용이 서비스나 사업에 일반화되면 관련 법정 분쟁 수요와 소비자 피해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AI가 야기한 법적 분쟁을 맡을 법조인과 AI가 법적 테두리에서 움직였는지 확인할 감시자, 산업 전반을 관리 감독할 주무부처 내 담당자 고용이 예상된다. 특히 인간 윤리를 지키고 입력된 명령만 수행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업무가 중요해진다.
AI 기초·활용분야 일자리 수요도 꾸준할 전망이다. AI를 효율적으로 학습하기 위한 방법론을 찾아낼 연구자 수요가 있다. 구현된 AI 기술을 의료, 금융, 제조,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 생산성 향상과 혁신을 유발할 기획자도 필요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17 SW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AI 관련 사업 진출 기업은 전체 SW기업 중 2.4%, 신사업 진출기업 중 11.0%를 기록했다. 패키지SW와 IT서비스 기업 진출이 활발했다. 올해 AI 분야 SW인력 수요는 1695명이다. 2022년까지 AI시장은 세계적으로 연평균 41.4%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률을 고려하면 2022년까지 국내에만 총 1만4139명 AI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AI 개발이 계속 일자리를 창출하고 일감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근거다.
◇IT기업이 스피커, 제조기업이 솔루션 사업을
전통적인 SW인력 수요도 계속 필요할 전망이다. AI도 하나의 SW분야로 개발자와 기획자는 물론 데이터 전문가, 데이터 엔지니어, 네트워크 엔지니어, 보안 엔지니어 등 꾸준한 수요가 있다.
기업 AI 직무가 늘어날수록 AI 일자리는 창출될 전망이다. 삼성SDS, LG CNS, SK주식회사 C&C 등 신사업 개척을 위해 4차 산업혁명 신기술 플랫폼 서비스를 택한 IT서비스 대기업은 물론 산업 전반에서 AI 직군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기업은 AI 부문을 본격적으로 신설, 확대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AI 전문가에 대한 고용 수요가 크다”면서 “기업별 주력사업과 융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에 AI 융합 직무와 직군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대표 기업은 일제히 AI 조직을 출범시켰다. IT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이동통신, 금융, 제조 등 다양한 기업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IT 발전으로 점차 구분이 사라지던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IT기업이 AI 스피커를 판매하고, 제조기업이 스마트공장 솔루션 사업을 하는 특이 현상이 나타난다.
삼성전자가 가전에 AI 접목을 위한 삼성리서치 산하 AI센터를, LG전자가 융복합사업개발센터를 통해 스마트폰과 AI 연구를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AI와 사업의 원활한 융합을 위해 최고경영자(CEO) 직속 'AI센터'를 신설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율주행 선행연구 등을 위한 지능형안전기술센터를, KT는 AI 선행연구 지원을 위해 KT 융합기술원 산하 'AI테크센터'를 신설했다.
글로벌 기업도 필요에 따라 조직을 재개편하고 있다. 융복합 시너지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클라우드와 AI 사업부를 통합해 '클라우드·AI 플랫폼'이라는 새 부문을 발족했다. 구글은 데이터 분석 시너지를 위해 통합했던 검색과 AI 부문을 다시 분리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첨단기술 중견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도 나타난다. 제조 중견기업은 스마트공장 도입을 위해, 스타트업은 AI 서비스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AI 개발자 채용을 서두르고 있다. AI 분야 진출 패키지SW 기업 중 5년 미만 기업은 73.4%로 과반을 훌쩍 넘겼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