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간제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집계하는 현행 통계 방식이 개선된다. 보험설계사 등 특수형태근로 종사자 집계방식도 바뀐다. 이번 조치를 거치면 정규직 특성이 강한 시간제가 솎아 내지고, '비정규직'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때문에 '코드 통계'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29일 '비정규직 통계 개선을 위한 노사정 토의 및 결과'를 발표했다. 비정규직 통계 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나온 것은 2002년 비정규직의 범주를 정한 이후 16년 만이다.
일자리위에 따르면 시간제 노동자는 2008년 123만명에서 지난해 266만명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정규직 성격을 가진 상용직 비중도 같은 기간 1.8%에서 12.6%로 급증했는데도 현행 통계는 모든 시간제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분류한다. 일자리위는 이 같은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 통계 방식은 노동자에게 전일제인지 시간제인지 물어 시간제 여부를 판단한다. 응답자가 답을 못하면 면접원이 '동일 직장 동일 직무 종사자와의 근무시간 차이 여부' 등을 확인해 판단한다.
주 37시간 근무하는 노동자도 사업장 동료가 38시간 일한다면 시간제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정규직 전일제 노동자가 육아 등을 위해 단축 근무를 해도 비정규직 노동자로 집계될 수 있다는 게 일자리위의 설명이다.
일자리위는 “정규직 특성이 강한 시간제 근로자가 증가하고 있으므로 조사 단계에서 이를 선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자리위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세 범주로 기간제를 포함한 '한시적 노동자', '시간제 노동자', 파견·용역 등 '비전형 노동자'가 일부 겹치는 현행 통계 방식도 손질하기로 했다.
일자리위는 “비정규직 조사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되 통계 발표는 노사정이 각각 합리적인 중복 제거 방안을 마련해 기존 발표 방식에 추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자리위 방안이 확정되면 결과적으로 실제 고용 사정은 바뀐 게 없는데도 통계상 정규직은 늘고 비정규직은 준다. 이 때문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고 민간부분도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유도해온 문재인 정부 코드에 맞춰 고용 통계를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노사정이 합의한 통계임에도 논란이 예상되는 이유다.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퀵서비스 기사 등 특수형태근로 종사자, 이른바 '특고' 노동자를 집계하는 통계 방식도 개선된다. 특고 노동자는 디지털 기술 발달 등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정확한 규모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일자리위는 올해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비임금근로 부가조사부터 특고 노동자에 비임금 노동자까지 포함하도록 하고 새로운 '국제종사상지위분류'(ICSE-18) 권고안이 올해 중으로 발표되면 이를 참고하기로 했다.
일자리위원회측은 “비임금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정규직 특성이 강한 시간제 근로자를 비정규직 숫자에 반영할지의 여부는 향후 1~2년간 통계 안정화 단계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