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서비스를 놓고 택시업계와 차량공유 사업자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기득권 고수 vs 혁신성장' 구도를 형성하면서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인터넷기업이 아닌 일반인 카풀 이용자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택시 4단체는 카풀 합법화와 관련한 모든 논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택시업계는 카풀이 택시산업을 말살하고 택시종사자 생존권을 침해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성명을 통해 “카풀 합법화에 대한 어떤 논의도 거부한다”며 “카풀업체가 무조건 합법화만 주장하고 있어 인터넷기업협회와 대화 가능성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반인 카풀 이용자가 목소리를 냈다. 택시업계 주장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카풀운전자연맹은 1670명 규모로 국내 최대 카풀 운전자 단체다. 김길래 단체장은 자신을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밝혔다.
김 단체장은 “택시업계는 카풀 운전자 200만명이 80% 가동할 경우 택시 시장 59%가 잠식, 하루 평균 178억원 손실이 발생한다고 발표했다”며 “5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카풀 시장 규모부터 왜곡한 수치”라고 말했다.
이어 “택시업계는 승객 없는 낮에 몰려나와 수익이 낮다고 한탄하면서 승객을 골라 태우며 이익 챙기기에 여념 없다”고 주장했다.
쟁점은 불법 여부, 출퇴근 시간 정의, 카풀 합법화시 영향, 승객 안전, 기술 혁신이다.
택시 업계는 카풀은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여객운수사업법은 출퇴근 시간 외에는 사업용 차량이 아닌 차가 수익 올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을 놓고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택시업계는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카풀을 허용하면 대중교통시스템이 근간부터 흔들릴 것”이라며 “면허가 없으므로 국민이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카풀 업계는 국민 삶의 질과 4차 산업혁명 시대로 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주장한다. 유연근무제가 확산되는 가운데 택시 승차거부와 음영지역을 카풀로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 조사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에 들어온 콜 수는 22만 콜이었지만 실제 운행 대수는 2만5000여대였다. 부족한 차량을 카풀 서비스로 개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카풀 업계는 “택시 가격 70~80% 수준으로 승차거부, 음영지역 해소할 수 있다”며 “실시간 차량위치 파악 녹음·구조요청 앱 등으로 택시보다 더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기술 혁신에 대해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카풀 업계는 산업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구산업에 맞춰진 법 개정을 요구한다. 택시 업계는 신기술이라도 법을 어길 수 없으며 산업 경쟁력보다 생존권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가운데 카풀 이용자 목소리가 정국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카풀업계가 대화를 통해 상생 방향을 찾겠다는 가운데 향후 카풀 업체를 둘러싼 택시, 인터넷업체, 일반 카풀 운전자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택시업체가 국토부-인터넷기업이 엮인 테스크포스를 통해 대화하겠다고 했었다”며 “기업과 택시기사 대립 프레임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카풀 시장에서 선점업체 영향력이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우버는 국내에서 실패했지만 시가총액 8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중국 디디추싱, 동남아 그랩은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카풀이 해외처럼 활성화되려면 규제 개혁과 함께 택시 업계를 달랠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우병준 서울대 교수는 “신사업을 풀어나가기 위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중국은 기존 사업자에게 보상하는 방식으로, 미국은 택시 가격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