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중소기업을 위한 스마트공장 플랫폼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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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 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2014년 8월 대학 산악부 후배와 함께 북한산 원효봉에 올랐다. 며칠 동안 줄곧 내린 비로 암벽은 여기저기 젖어 있었다. 암벽 중간쯤에 있는 슬래브(급경사로 된 넓은 바위)에 움푹 파인 물길에는 물이끼가 살짝 깔려 있어서 바위는 미끄러웠다. 우리는 추락 대비 보호 장구인 로프와 등반용 안전벨트를 착용하면서 바위에 오를 준비를 했다.

그때 우리 뒤를 따라오던 다른 등반대가 이런 쉬운 곳에서도 로프를 사용하느냐는 듯 비웃는 표정을 지으면서 안전장치 하나 없이 그 위험한 지점을 오르고 있었다. 그 순간 그들 가운데 한 친구가 조금씩 미끄러지더니 수직 절벽 아래로 떨어지려 했다. 손을 잡아 주다가는 휩쓸려 함께 떨어질까 봐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주지 못하고 있을 때 내 곁을 스치며 미끄러져 내려가는 그 친구 왼팔을 한순간에 붙들어서 확 끌어당겼다. 다행히 그 친구는 지옥행 급행열차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이처럼 겉으로는 아무리 쉬워 보이는 등반이라 하더라도 현재 산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안전장구를 갖추는 것은 산악인에게 기본 중 기본이다.

중소기업 생산성 혁신을 위한 가장 큰 과제라 할 수 있는 스마트공장도 마찬가지다. 정부에서는 혁신 성장 8대 선도 사업 가운데 하나로 스마트공장을 선정했다.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2만개를 보급할 예정에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전사자원관리(ERP), 생산관리시스템(MES) 등 기초 단계 보급에 그치고 있다.

중소기업 내 보급 성과와 애로 사항 등 데이터를 분석한 중소기업 환경에 맞는 '중소기업형 스마트공장 표준 모델' 수립에도 아직 부족한 것을 보면 '스마트공장 관련 정부 정책이 중소기업 혁신 성장에 맞는 옷인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최근 발표한 '혁신성장 전락투자 방향'에서 내년도에는 스마트공장 관련 예산을 올해 4400억원에서 133% 증가한 1조300억원으로 책정했다. 고도화 핵심 기술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로 한국형 스마트공장 모델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인들 기대가 크다.

실제로 스마트공장 선두 주자인 독일 지멘스는 자신들이 보유한 '디지털 트윈' 가상공간 기술 기반으로 사물인터넷(IoT) 활용 스마트공장을 제공하는 '마인드스피어' 서비스라는 플랫폼을 구축, 글로벌 표준화 주도권을 잡아 가고 있다. 중소기업형 스마트공장 표준 모델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주도 '플랫폼 구축'이 동반돼야 한다.

이노비즈 기업은 우수한 소프트웨어(SW)와 산업용 컨트롤러, 산업용 네트워크 장비, IoT 센서 등 하드웨어(HW) 간 융합을 통해 중소기업형 스마트공장 플랫폼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이노비즈 기업은 스마트공장 수요 기업이자 공급 기업으로서 관련 기술을 지속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간 융합을 통해 스마트공장 플랫폼을 독자 구축하고 있는 선도 기업에 정부 지원이 더해진다면 생산 혁신이라는 성과로 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북한산을 오르면서 내가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을 살릴 수 있게 된 것은 안전한 등반을 위해 필요한 장구를 갖췄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스마트공장이라는 장비를 갖추게 된다면 생산 혁신 완성이라는 정상에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중소기업이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중소기업 현장에 딱 맞는 스마트공장 솔루션을 만든다면 혁신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성명기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회장 smk@innobiz.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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